청계천 홍수 대책 비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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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복원공사가 한창인 서울 청계천에 홍수 비상이 걸렸다. 서울시는 올해 홍수에 대비해 청계천 수방공사를 당초 일정보다 2개월 앞당겼지만 문화재 보호를 둘러싼 갈등 때문에 공사가 두달가량 지연됐다.

게다가 행정자치부는 지난해보다 1개월 앞당긴 지난 15일 다양화.대형화하는 기상 이변 재해에 대비하기 위해 올 여름철 재해에 대비토록 전국 지자체에 지시했다. 그러나 청계천 수방공사는 일러야 6월 말에나 마무리돼 장마가 예년보다 일찍 올 경우 청계천이 범람할까 우려되고 있다. 특히 청계천 주변 도심 빌딩들은 건물 하중을 덜기 위해 비싸고 무거운 중요 장비들을 지하에 설치한 경우가 많아 범람할 경우 피해는 걷잡을 수 없을 전망이다.

서울시는 전 구간에 걸쳐 통수관로 공사, 상하수도관 정비 등 수방공사를 다음달 중 마무리하고 비상 대기반 편성, 하상 공사 장비 및 인부 대피소 마련 등 대책 마련에 부심하는 모습이다. 그러나 일부 시민단체와 전문가는 시의 홍수대책에 허점이 있다고 지적한다.

◇범람 우려=2001년 7월 15일 새벽. 서울 도심 일대 차도는 물론 인도 턱을 20~30㎝나 차오를 만큼 빗물이 넘쳐 바다를 방불케 했다. 이날 서울지역에 내린 비는 37년 만의 최대인 시간당 강우량 최고 99.5㎜. 국지적으로는 127㎜까지 내렸다. 당시 청계천으로 연결된 하수관이 감당할 수 있는 강우량 설계 기준인 시간당 74㎜를 크게 초과한 폭우여서 하수가 역류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난 200년 동안의 서울 시내 강우량 가운데 최대 수치에 맞춰 청계천이 홍수에 견딜 수 있도록 시간당 118㎜로 하천 제방을 설계한 것"이라며 "웬만한 폭우에도 범람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지구 온난화 등의 영향으로 최근 100~150㎜의 게릴라성 집중호우가 빈발하는 추세며 심할 경우 시간당 200㎜ 이상 쏟아질 수도 있다"며 "청계천이 범람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안병옥 시민환경연구소 부소장은 "특히 올 여름 장마 때 공사 중인 시설물이나 파헤친 부분의 토사가 쓸려 내려갈 수 있어 안전 문제도 우려된다"고 말했다.

◇하천 양쪽 산책로 연 13회 침수=서울시 설계안에 따르면 하천 수면에서 60㎝가량 위쪽에 산책로를 겸한 저수부지가 만들어지고 저수부지에서 1.5~2.5m 위쪽에는 고수부지(둔치)가 조성된다. 그러나 서울시가 시행한 시뮬레이션 결과 저수부지는 연 13회, 둔치는 연 3회 침수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천 양쪽에 각각 2~3개 차로 정도의 기존 복개도로를 남겨 많은 비가 오면 복개도로 아래 공간으로 물이 흐르게 하려는 대책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청계천 복원 추진본부 관계자는 "청계천 하천 바닥을 기존보다 2.5m가량 더 깊이 파고 하천 폭을 12.8m에서 23m로 넓히는 등 물길 확보를 염두에 두고 설계했다"고 말했다.

신은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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