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논술시험 어떻게 보완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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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한국철학회가 97년 대입논술문제를 분석한 결과 대부분 문제들이 객관성과 공정성이 미흡하다는 평가를 내렸다.어째서 논술고사출제에 객관성과 공정성이 미흡하다는 평가가 나왔을까.두가지 이유가 있다고 본다.첫째,출제자와 채점자간의 혼선이

있기 때문이다.출제교수가 예상한 모범답안과 채점자가 평가하는 기준이 다를 수 있다.이 편차를 막기 위해 복수채점을 하지만 공정성엔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또 하나 채점교수마저 잘 알 수 없는 기상천외의 논제를 출제하기 때문이다.시중에 나도는 참고서나 학원가의 예상문제를 피해 출제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작용해 이상하게 꼬이고 난삽한 문제를 출제하는 경향이 많아진 탓이다.

논술고사도입 기본취지가 통합교과적 범위안에서 분석적 비판력과 이해력을 키우면서 창조적 논증력을 개발하자는 뜻이었다.하루아침의 학원과외로 될 일이 아니다.그러나 30여개 대학에서 실시중인 논술고사는 사실상 입시당락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만큼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됐다.학교에서 배우지도 못하니 급한 마음에 학원으로 달려가 당일치기 논술고사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게 현실이다.이러니 학원은 문제맞추기에 혈안이 되고 대학은 이를 피하기에 급급하니 문제 자체가 꼬이고 기교를 부리게 된다.

논술고사가 대학과 학원간의 술레잡기 희생물이 돼선 안된다.본래 취지를 살려야 한다.논술고사 역사가 가장 오랜 프랑스의 경우를 보자.'신앙은 이성과의 결별인가''진리는 항상 성공한다고 할 수 있는가'처럼 평범하면서도 철학적 사고를

묻는 정공법적 출제다.논제의 특이성보다는 원론적인 문제를 묻는다.문제를 풀 수 있는 지식과 정보를 요구한다.따라서 광범위한 독서가 필수적이다.이를 토대로 사고력.문장력.표현력을 평가하면 된다.이게 논술고사의 기본취지고 출제의 방향이어야 한다.학원식 과외로 풀 수 없고,평소의 꾸준한 학교교육을 통해 쓸 수 있는 문제를 출제해야 논술고사도입의 뜻을 제대로 살릴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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