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교육세, 폐지가 정답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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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교육세는 사용할 곳이 사전에 정해진 목적세다. 교육의 질을 끌어올리기 위해 교육재정에만 쓰도록 돼 있다. 교육의 중요성을 인정하지 않을 납세자는 없다. 교육세와 같은 목적세가 많아지는 것도 일반세보다 납세자의 납득을 얻기 쉽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목적세들이 많아지면 조세체계가 복잡해진다. 또 다른 분야에는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재정의 운용이 제한되고 경비지출 간의 불균형을 초래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선진국들 가운데 우리처럼 국세에다 목적세를 도입하는 나라가 극히 드문 것도 이 때문이다.

최근 정부와 한나라당이 내놓은 교육세 폐지 입법예고안이 진통을 겪고 있다. 야당과 교육계는 ‘공교육 죽이기’라며 반발하고 있다. 민주당 원내대표는 법안 통과를 강행할 경우 물리적으로 저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교육세가 폐지되면 교육 재정이 부실해질 것이라는 우려는 근거가 빈약하다. 우선 정확히 표현하면 교육세 폐지가 아니라 교육세를 본세에 통합시키는 것이다. 이번에 통합되는 대상은 교육세뿐 아니라 교통에너지환경세, 농어촌특별세도 포함돼 있다. 사실상 법체계를 형식적으로 정비하는 것에 불과할 뿐이다. 또 교육세를 없앤다고 교육 재정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정부는 지방자치단체에 교육예산으로 내려보내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현재 내국세 총액의 20%에서 20.39%로 늘려 부족분을 보전해 주겠다는 입장이다.

세제가 복잡하면 납세자의 징세 비용이 증가한다. 또 ‘수익자 부담 원칙’은 목적세의 기본 정신이다. 이런 점에서 교육세는 세원과 세출 간의 연계성이 거의 없는 이상한 세금이다. 영문도 모른 채 복잡한 목적세를 부과하면 납세자의 불만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우리는 1990년 목적세였던 방위세를 폐지한 바 있다. 한때 만성적인 교육 재정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도입한 교육세도 이제 본세에 통합시키는 게 맞다. 다만 야당과 교육계를 설득할 수 있는 치밀한 보완책이 필요하다. 정부와 한나라당은 우리 교육 재정이 국내총생산(GDP) 대비 4.3%로, 선진국 평균(5%)보다 낮은 현실도 살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