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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간판 공해 부추기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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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행정자치부가 간판 수를 늘리고 설치 제한을 완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옥외광고물 등 관리법 시행령'을 개정하려 해 간판 공해를 부추기려 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행자부가 7월 시행에 들어가기 위해 최근 건설교통부.환경부 등 관련부처와 지방자치단체에 보낸 개정안에 따르면 상업.공업지역과 관광지에 대해선 현재 3개(거리 모퉁이에 있는 업소는 4개)로 제한하는 업소당 간판을 4개까지 달게 해주고, 가로형 간판을 부착할 수 있는 층수도 3층에서 6층으로 완화하고 있다.

또 돌출간판(보도로 튀어나오게 세로로 설치하는 간판)의 경우 현재는 건물 한쪽에 위아래로 한줄만 달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입주 업소 등을 고려해 두줄까지 달 수 있도록 바꿨다.

이와 함께 15층 이하인 옥상간판 설치 제한 층수를 없애 초고층 건물 옥상에도 간판을 설치할 수 있도록 하고, 빨강.검정은 간판 면적의 절반 이내로 쓰도록 제한하던 규정을 삭제했다. 행자부는 현행 규제가 너무 강해 많은 간판이 불법 부착물로 간주되고 있어 이 같은 완화책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에 대해 간판 정비사업을 벌이고 있는 서울시.경기도 등 지자체에선 행자부의 개정안이 간판 난립을 부추긴다며 반발하고 있다.

특히 건설교통부가 최근 경기도 화성.김포.판교 등 새로 건설되는 신도시에 대해선 업소당 가로형 간판을 한개만 허용하고, 돌출간판은 4층 이상 건물에만 통일된 형태로 달도록 하며, 간판에 원색을 사용할 수 없도록 하겠다고 발표한 것과도 배치된다는 지적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난 2월 착수한 종로 일대 간판 정비사업은 업소당 간판을 2개로, 가로형 간판 허용 층수를 2층 이하로 제한하는 것을 원칙으로 시행 중인데 행자부 안대로 시행령이 바뀌면 사업 추진이 불가능해진다"며 "업소당 간판을 2개로 줄이고, 설치 위치도 지금보다 더 제한해야 한다는 의견을 행자부에 제출했다"고 말했다.

경기도도 업소당 간판은 2개까지만 허용하고, 가로형 간판은 현행대로 3층까지만 설치토록 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대전.전북 등은 "현재도 불법 간판 단속에 어려움이 많은데 규제를 완화하면 사실상 단속이 불가능해질 것"이라며 우려를 표명했다.

한국광고학회 회장인 서범석 세명대(광고홍보학과) 교수는 "간판이 난립해 문제가 되는 현실에서 오히려 규제를 완화하면 간판 공해가 더 심각해질 것"이라며 "간판은 도시 환경의 중요한 요소인 만큼 오히려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차진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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