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분수대>연쇄살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엽기적 연쇄살인을 소재로 한 영화는 많지만 얼핏 떠오르는 작품이 히치콕 감독의'사이코'와 토머스 해리스 원작소설을 영화화한 '양들의 침묵'이다.현실속의 살인은 끔찍해 하면서도 이런 잔혹한 영화를 즐겨보는 까닭은 이해되지 않지만 어

쨌든 소름끼치는 내용들이다.가령'사이코'의 주인공인 모텔주인은 시체를 토막내 그 일부분을'기념품'으로 간직하며,'양들의 침묵'주인공'식인종 하니발'은 인육(人肉)을 먹기도 한다.

하지만 현실속에서는 그 보다 더 끔찍한 살인도 자행된다.범죄심리학자들은 수법도 갈수록 더욱 잔인해질 것이 분명하고,연쇄살인의 피살자의 수도 기록을 계속 경신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명한다.첫번째 살인을 저지르고 나면 회를 거듭할수록

두배로 대담해지고 절반 정도로 쉬워지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금세기 중반 이후의 3대 연쇄살인마로 꼽히는 찰스 맨슨과'샘의 아들'이란 별명으로 불린 데이비드 버코위츠,그리고 제프리 다머는 그같은 견해를 뒷받침하는 모델들이다.맨슨은 일당과 함께 최소한 35명을 죽인 뒤 검거됐고,버코위츠는 마

치 장난하듯 아무에게나 권총을 쏘아 10여명을 죽이고 수십명에게 치명상을 입혔다.잔혹하기로는 다머가 첫손가락에 꼽힐만 하다.그는 최소한 17명의 시체를 토막내 부위별로 냉장고에 보관하고 있었으며,두개골에서 뼈를 발라내고 해골을 표백

처리하는가 하면 시간(屍姦)하기도 했다.

문제는 연쇄살인범일수록 범죄수법이 지능화돼 검거하기가 더욱 어려워진다는데 있다.미국에서만 아직 검거하지 못한 연쇄살인범이 50여명에 이르고 있다.전문가들에 따르면 연쇄살인범들은 대개 범행에 앞서 환상속에서'예행연습'을 한다고 한다

.마치 시나리오작가가 대본을 짜듯,혹은 무용가가 안무의 동작을 위한 수순(手順)을 짜듯 '예행연습'대로 살인한다는 것이다.

86년 9월 첫 사건이 발생한 이래 10여명의 희생자를 낸 화성(華城)연쇄살인사건이 10년 넘도록 미궁에 빠진채 이번에는 대구 동구지역에서 올해 들어서만 8건의 연쇄살인사건이 발생해 시민들을 불안에 떨게 하고 있다.그렇지 않아도

이런 저런 사건들로 세상이 흉흉한데 광기(狂氣)의 살인까지 자행되고 있으니 국민들은 어디 의지하고 살아가야 할는지 난감하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