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우먼>삼성서울병원 이정희 이사-올해 삼성서 유일하게 女이사 승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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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남녀 평등을 부르짖기 위해선 생리휴가도 반납해야 한다고 후배들을 독려하고 업무가 바쁘지 않은 겨울철을 택해 출산을 계획하는 철저한 프로여성'.

삼성 서울병원 이정희(李正姬.55.간호부장)이사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병원내 1천여명 간호사의 맏언니로 철저한 직업의식을 강요하는 맹렬여성이다.

서울대 조교시절 첫째인 딸을 출산했다.물론 출산휴가 2개월이 보장돼 있었지만 분만수술로 몸을 추스리지 못했던 몇주일을 제외하고는 병원에 출근했다.

칭얼대는 어린 딸은 집안일 돕는 사람에게 맡겼다.둘째인 아들은 아예 임신시기를 선택해 업무가 바쁘지 않은 겨울방학 기간중 낳았다.그녀의 맹렬여성 이력서다.

삼성그룹은 최근 정기임원인사를 하면서 승진자 명단에 여성으로는 유일하게 그녀를 이사보에서 이사로 승진시켰다.95년 삼성.현대.대우등 국내 민간의료원 간호계에선 처음으로'별'을 달았고 지금도 유일한 임원.

황해도(당시 경기도)개성 출신으로 65년 서울대 간호학과를 졸업한 그녀는 서울대 부속병원 간호사로 일했다.그러나 당시 간호사가 천시되는 풍토에 좌절을 맛보고 2년만에 서울 은석초등학교 양호교사로 자리를 옮겼다.결혼 후에도 근무할

수 있다는 안이한 생각 때문이었다.

하지만 5년만인 72년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서울대 조교로 돌아왔다.

76년 중앙대 간호학과가 설립되면서 교수가 된뒤 18년간 중앙대에 몸담으면서 간호학과장.간호관리실장 자리에 올랐다.현재 국내 간호대학 필수 교과서로 쓰이는'성인간호학'과'기본간호학'이 당시 동료와 공동 집필한 저서.

“중앙대 교수자리는 지금 받는 3백만원 정도의 월급보다 그리 적지 않았고 마음이 우선 편했다.삼성의료원으로의 이적은 그래서 한동안 망설였다.”

李이사는 삼성입사 이유를 좋은 시설,풍부한 재원을 지원받아 한국 간호발전에 도움이 되는 길을 찾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대개 직장 여성은 근무를'심심풀이'식으로 한다.마음에 안 들거나 결혼하면 그만 둔다는 생각인 아르바이트 기분으로 일한다.이는 개인적으론 문제가 없지만 여성 사회생활 분위기에 걸림돌을 만들고 있다.”

李이사는 후배들을 만날 때마다 이같은 조언을 한다.그녀는 후배들을 철저한 나이팅게일,맹렬여성으로 만들기 위해 요즘'하루 해가 짧다'는 신조로 일하고 있다. 〈이원호 기자〉

<사진설명>

올 삼성인사에서 이사로 승진한 이정희씨가 삼성 서울병원 응급실에서

간호사에게 환자에 대한 간호지시를 하고 있다. 〈김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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