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게이트>김현철씨 출두 정치권 반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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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여야는 검찰의 김현철(金賢哲)씨 조사가 있은 21일 예상보다 조용했다.태풍이 몰아닥치기 전의 정적과도 같았다.

산발적인 비난논평이 오갔지만 검찰의 발표를 본뒤 대응한다는 흐름이 강했다.의원들은 여야없이 “현철씨 출두와 조사결과 발표가 있는 오늘 내일이 정국의 커다란 갈림길”(국민회의 韓和甲의원)이라고 지적했다.

여권은 한 신한국당 의원의 표현대로'김현철이라는 이름의 핵지뢰'가 실제 검찰에 출두하자 모두들 익명을 요구하거나 입을 닫았다.반면 야권은 김현철씨의 광범한 국정 개입설과 국회 국정조사 특위의 증인 채택,특검제 도입을 재차 역설했다

.

…신한국당은 21일 현철씨 검찰출두에 대한 당의 공식입장 표명을 유보했다.이홍구(李洪九)대표 주재의 고위 당직자회의에서 “김현철씨가 오늘 검찰에 출두한다는 보고와,검찰이 내주중 국민회의 관계자들도 부르지 않겠느냐는 보고가 있었을뿐

”이라고 김철(金哲)대변인은 전했다.

당직자들은 오후3시 텔레비전을 통해 현철씨의 검찰 출두장면을 시청한뒤 착잡한 표정으로 담배를 잇따라 찾아 물었다.사석에서는 의견이 활발했다.검사 출신의 한 초선의원은“검찰 조사로 국민 의혹을 해소할 수 있겠느냐”며 여권 핵심의 후

속조치를 역설했다.

민정계와 소장파 의원들이 특히 '읍참(泣斬)현철'쪽에 무게를 두며 외국행등의 방안을 제시했다.수도권의 한 3선의원은“닫을 수 없는 사건이고 닫아서도 안된다”고 역설했다.

반면 민주계 의원들은“현철씨가 검찰 조사에서 모든 것을 석명(釋明)한다고 밝힌 만큼 조사후 상당부분 의혹이 해소될 것”이라고 일말의 기대감을 보였다.

…야권은 현철씨 조사가 면죄부 발급에 불과하다며 의미를 축소했다.국민회의 정동영(鄭東泳)대변인은“대통령의 눈치를 살필 수밖에 없는 대통령의 부하검사들이 어떻게 대통령 아들을 제대로 조사할 수 있겠느냐”고 잘라 말했다.

그는“현철씨는 이미 국회 청문회 증인 제1호로 지목돼있는 만큼 증인출석 요구에 자발적으로 응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김대중(金大中)총재는 그러나 '한보는 한보,김현철은 김현철'로 나누어 대응한다는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국회에서 한보 추궁은 철저히 해나가겠지만 현철씨에게 필요이상의 타격을 가해 金대통령과의 관계를 악화시키고 싶지않다는 판단

인 것이다.이 때문인지 오전에 원론적 논평만 냈을뿐 현철씨의 검찰 출두이후 별도 논평이나 성명은 내지 않았다.

자민련 김종필(金鍾泌)총재는 국회대표연설에서 국민회의 신낙균(申樂均)부총재와 달리 현철씨 이름을 단 한번도 거명하지 않아 여권에 모종의 메시지를 주려는 것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김현종.김종혁 기자〉

<사진설명>

정보근 한보그룹회장이 21일 오후 김현철씨와 대질신문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대검찰청에 출두하고 있다. 〈김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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