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업체 ‘주파수 전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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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통신사업자 간에 ‘주파수 전쟁’이 시작됐다. 방송통신위원회가 ‘황금주파수’로 불리는 800~900㎒ 대역 주파수의 새 주인을 내년 중 결정하겠다고 최근 밝힌 때문이다. 2.1㎓(3세대 이동통신용)와 2.3㎓(와이브로용) 대역 주파수 중 일부도 새 사업자를 기다리고 있다. 지상파 3사가 아날로그TV 방송에 활용해 온 700㎒ 대역도 곧 시장에 나온다. 방통위가 “주파수를 기존의 할당제가 아닌 경매 방식으로 분배할 수도 있다”고 밝힌 것도 변수다. 방통위는 3일 이를 주제로 한 공청회를 열었다.

◆‘황금주파수’를 잡아라=주파수는 국토·영공·영해에 이어 ‘제4의 영토’로 불린다. 그만큼 한정된 자원이다. 하지만 정보기술(IT)의 발달로 활용가치는 갈수록 커져, 각국의 통신·방송 기업들은 이를 차지하려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여서 통신사업자를 선정할 때마다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대표적인 것이 SK텔레콤의 800㎒ 대역 독점 논쟁이다. 800㎒ 대역 전파는 장애물을 만나도 ‘구렁이 담 넘듯’ 잘 휘어져 도달률이 높고 투자비가 적게 든다. KTF와 LG텔레콤은 그간 “이 대역을 SK텔레콤이 독점하는 건 형평에 어긋난다”고 주장해왔다. 그런데 이 ‘황금주파수’ 중 일부인 20㎒가 SK텔레콤과 정부 간 계약에 따라 2011년 새 사용자를 찾게 된 것이다. 800㎒보다 효율이 좋다는 900㎒와 함께다. 3세대 이동통신 서비스에 꼭 필요한 2.1㎓ 대역의 향배도 관심거리다.

◆경매제 도입 변수=800~900㎒ 대역을 욕심 내는 대표적 업체는 KTF와 LG텔레콤이다. 2.1㎓ 대역은 이미 3세대 서비스를 하고 있는 SK텔레콤과 KTF가 입맛을 다신다. 3세대 가입자가 급증하면서 가용 주파수가 줄기 때문이다. 케이블TV 사업자의 경우 800~900㎒와 와이브로 서비스용인 2.3㎓에 관심을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방통위가 주파수 경매제 도입 계획을 밝힌 것이다. 3일 공청회에선 이를 둘러싼 각사의 입장이 비교적 명확하게 드러났다.

SK텔레콤의 하성호 상무는 “최저입찰가격이 과다할 경우 그 부담은 통신요금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KTF의 이충섭 상무는 “SK텔레콤이 800㎒ 대역 주파수 25㎒를 여전히 할당제로 쓰는 마당에 나머지 20㎒에만 경매제를 도입하는 건 형평에 어긋난다”고 말했다. LG텔레콤의 권준혁 상무는 “경매제 도입 자체는 찬성한다. 하지만 참여 부적격 사업자 심사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나리 기자

◆주파수=TV·휴대전화 등 무선 데이터 통신의 정보를 실어 나르는 전파의 수준을 말한다. ㎐는 1초에 얼마나 많이 진동하는지를 나타내는 단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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