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 제철] 반갑다! 포항 과메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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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룡포읍 석병리의 한 덕장에서 어민들이 과메기를 말리고 있다. 프리랜서 공정식

경북 포항시 구룡포읍 윤용주(50)씨의 과메기 덕장. 200㎡의 덕장에는 배를 갈라 내장을 꺼낸 꽁치가 빼곡하게 걸려 있다. 1000상자(10t), 6만~7만 마리 분량이다. 꽁치를 찬 바닷바람에 사흘 정도 말리면 과메기가 된다. 윤씨는 “내년 2월 말까지 꽁치 200t을 과메기로 만들어 5억원의 매출액을 올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기온이 떨어지면서 구룡포읍과 인근 장기·대보면 일대에서 과메기 만드는 어민들의 손길이 바빠졌다. 포항시에 따르면 11월 중순부터 내년 2월 말까지 과메기 예상 매출액은 600억원. 5년 전 150억원에서 네 배로 늘어났다. 포항시가 2005년부터 대대적 홍보에 나선 것이 주효했다. 구룡포과메기생산자조합 김점돌(57) 회장은 “과메기가 겨울철 건강 식품으로 알려지면서 생산업체(어민 포함)가 400여 곳으로 늘었고, 겨울철 종사자만 2000명이 넘는다”고 말했다.

과메기는 청어를 바닷바람에 말린 구룡포 지역의 향토식품이었다. 청어의 눈을 꼬챙이에 꿰어 말렸다는 뜻의 ‘관목(貫目)’에서 유래됐다고 한다. 19세기 실학자 이규경이 쓴 『오주연문장전산고』에 ‘청어를 연기에 그을려 부패를 방지하는데, 이를 연관목(煙貫目)이라 한다’는 내용이 나와 있다. 1960년대 후반부터 청어가 잘 잡히지 않자 어획량이 많은 꽁치로 대체됐다. 과메기는 불포화지방산인 EPA와 DHA 함량이 높아 성인병을 예방하는 식품으로 알려져 있다.

과메기는 꽁치보다 비린내가 덜하고 고소한 맛이 난다. 미역·파·김·배추·마늘 등 각종 채소에 초고추장을 듬뿍 찍은 과메기를 얹어 먹는다. 인터넷을 통해 판매되는 과메기는 한 두름(20마리·배를 가른 꽁치 40쪽)에 1만5000원 선, 각종 야채와 초고추장 등 먹기 쉽도록 포장한 것은 2만5000원 선이다. 구룡포읍 일대는 올 7월 지식경제부로부터 ‘과메기 산업특구’로 지정됐다. 포항시는 내년부터 2012년까지 구룡포항 주변에 380억원을 들여 현대화된 유통센터, 과메기 문화거리, 과메기 연구센터를 만들기로 했다.  

포항=황선윤 기자, 사진=프리랜서 공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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