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소평없는중국>유가족 강택민총서기에 서신 전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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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미망인 줘린(卓琳)등 덩샤오핑(鄧小平)의 유가족은 20일 장쩌민(江澤民)총서기및 당중앙에 보내는 서신을 통해 鄧의 유언을 공개했다.이 편지가 작성된 시점은 지난 15일이다.鄧이 비록 19일 저녁 임종했지만 가사(假死)상태에 빠진 직후 가족들은 장례준비까지 마쳤다는 얘기다. [편집자註]

江총서기와 당중앙:최근들어 샤오핑동지의 병이 갑자기 깊어져 가족인

우리들의 심정은 무겁기 그지 없었습니다.당중앙의 여러 동지들이

샤오핑동지와 우리 가족에 대해 많은 관심을 기울여 주신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특히 만일의 사

태에 대비한 준비도 면밀히 추진한 사실도 이미 주지의 사실입니다.

샤오핑동지는 죽고 사는 문제에 대해선 이미 달관한'철저한

유물론자'였습니다.그가 사망한 뒤의 문제에 대해 샤오핑동지는 최근

우리들에게 여러 차례 얘기한 바 있습니다.샤오핑동지 평생의 신념과

추구했던 바를 실현하기 위해서,그리고 샤

오핑동지 일생의'최후의 장(章)'을 완벽하게 마무리 짓기 위해서

샤오핑동지의 부탁에 따라 우리들은 다음과 같은 의견을 제시합니다.

1.유체(遺體)에 대한 일체의 고별의식을 하지 않는다.샤오핑동지는 평소

장례는 간소하게 치러야 한다고 주장했다.따라서 유체에 대한 고별의식은

샤오핑동지의 생각과 맞지 않다.

2.추모대회는 화장식후 거행한다.화장한 뒤 유골함은 공산당

당기(黨旗)에 싸고 그 위에는 샤오핑동지의 풍모가 잘 드러나는

컬러사진을 매달아 엄숙한 분위기를 나타낸다.

3.집에는 영당(靈堂.영정을 모신 집)을 꾸미지 않는다.

4.각막을 기증한다.의학연구를 위해 해부용으로 유체를 기증한다.

5.화장한 유골을 남기지 않는다.샤오핑동지 본인의 염원에 따라 화장한

유해는 바다에 뿌린다.

샤오핑동지는 조국과 인민에게 조금도 남김없이 필생의 봉사를

바쳤습니다.우리가 샤오핑동지를 위해 마지막으로 할 일은 샤오핑동지의

참정신을 드러내는데 그치지 않고 가장 검소하고 엄숙한 방식으로 애도의

뜻을 표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의견이 적절한지의 여부를 떠나 이를 받아들여 주시기를 바랍니다.

줘린(卓琳)과 그 자녀

덩린(鄧林)덩푸팡(鄧樸方)

덩난(鄧楠)덩룽(鄧榕)

덩즈팡(鄧質方)

1997년 2월15일 〈정리=진세근 기자〉

<사진설명>

한 젊은 인민해방군 병사가 20일 아침 덩샤오핑의 사망을 애도하는 뜻으로

반쯤 내려 단 천안문 광장의 중국 국기에 거수경례를 하고 있다. [베이징

AP=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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