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소평없는중국>일본.중국 관계 전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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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중국과 일본은 올해 국교수립 25주년을 맞아 양국 정상의 상호방문을 추진하던중 덩샤오핑(鄧小平)의 사망을 맞이했다.

그러나 일본 정부나 정치권은 鄧의 사망이 중.일 관계에 당장의 변화를 초래할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

하시모토 류타로(橋本龍太郎)총리는 20일 鄧이후의 중국에 대해 “이미 정착된 개혁.개방 노선이 큰 영향을 받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학계의 중국문제 전문가인 나카지마 미네오(中嶋嶺雄.도쿄외국어대 학장)는“일본에 대해 경직된 자세를 보여온 혁명1세대가 퇴장함으로써 일.중 관계는 보다 합리적인 방향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고 낙관적인 견해를 보였다.

중.일 관계에 있어 큰 충격을 원하지 않는 일본정부로선 鄧의 후계자인 장쩌민(江澤民)을 도와야 할 처지다.

따라서 지난 95년 중국의 핵실험에 대한 항의표시로 중단했던 대(對)중국 무상차관을 되도록 빨리 재개할 가능성이 높다.

96~2000년분의 제4차 엔차관 제공도 서두름으로써 江에게 힘을 실어준다는 방침도 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동아시아의 정치.군사적 역학관계나 중국 내부문제를 고려하면 중.일관계도 반드시 낙관적이지만은 않다.

지난해 4월 일본과 미국이 '중국위협론'을 의식한 신(新)안보공동선언을 발표한 이후 벌어지고 있는 미.중.일 3국의 미묘한 힘겨루기는 자칫 중.일관계에 손상을 입힐 수도 있다.

일본이 군의관 교류를 제의하는등 중국과의 군사적 교류확대를 추진하는 것은 바로 이런 상황을 우려한 때문이다.

鄧의 공백을 틈탄 권력다툼 과정에서 일부 실력자들이 도시와 농촌 격차,국영기업 정비문제등 중국의 내부문제를 외부로 돌리기 위해 민족주의를 고양시킬 가능성에 대해서도 일본은 걱정하고 있다.

이 경우 야스쿠니(靖國)신사참배로 대표되는 과거사 문제나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열도 영토분쟁등이 또다시 불씨로 등장할 것이기 때문이다.

일본정부내에서는 그러나 江체제의 건재여부에 대해선 올 가을 중국 공산당대회가 열릴 때까지 좀더 신중하게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우세하다. [도쿄=노재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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