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디오파일>'인간유정'-가족간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홍콩영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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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5면

미개봉작인'인간유정'(The Umbrella Story.영성)은 가족의 소중함을 새삼 확인하고 덕담을 나누는 동양적 가족 정서를 잘 드러내주는 홍콩영화다.

1백년간 우산 만드는 일을 가업으로 이어온 한 가문의 이야기가 유머러스하고 따뜻하게 묘사되고 있기 때문이다.부모님이 정해준대로 혼인하던 시대에서 남자의 얼굴을 보지 않고는 결혼할 수 없다는 당돌한 아가씨를 며느리로 맞는 시대가 오

고,손으로 일일이 우산을 만들던 가문의 유업은 대량 생산의 외제공장 제품에 밀려난다.

무창혁명에서 일본의 침략과 본토의 공산화로 인한 홍콩 이주까지,변화의 물결을 헤쳐가는 3대의 이야기는 중국 광저우(廣州)에서 시작해 86년 홍콩에서 폐업신고할 때까지 명성이 자자했던 수제 우산점 양소기점포의 내력을 바탕으로 깔고

있다.장성한 세아들의 말썽과 바람잘 날 없는 노부모의 심정을 그린 코믹 멜로물'가유희사(家有囍事)'로 알려진 가오즈산(高志森)감독의 95년 작품이다.

쫓기던 서양사람이 던지고 간 신기한 우산을 보고 흉내를 내기 시작한 정신은 중국우산과는 달리 튼튼한 서양우산 덕분에 많은 돈을 벌게 된다.장남 천수는 야무지고 당찬 아가씨를 얻어 가업을 잘 이어가고,놀기 좋아하는 둘째 천우도 극단

에서 노래하는 아가씨와 혼인해 마음을 잡는다.어머니가 돌아가신후 집안 일을 도맡아하던 딸 미교는 12년이나 짝사랑해온 일꾼 아귀의 마음은 아랑곳하지 않고 일본군에게 맞서는 혁명가 백영때문에 마음졸인다.

본토의 공산화로 홍콩과 마카오로 점포를 옮긴후 일본제 우산이 판치게 되자 천우의 딸 소령은 수제품을 포기하고 기계화를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비디오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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