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탈선 방송보도-선정적장면에 무책임한 폭로 많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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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1면

“방송사의 시사보도프로그램이'청소년탈선 노하우 뱅크'나'신종매춘기법 홍보창구'등으로 전락하고 있다?”최근 방송사들이'여중고생의 매춘실태'나'남학생들의 호스트바 아르바이트''일본여고생의 매춘''성폭력 사례소개''나체쇼 현장고발''유치원생 성추행사건 전모'등 자극적 소재들을 방영,큰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주로 성장기 자녀를 둔 학부모시청자들은 SBS가 10일 밤11시에 방영한'그것이 알고싶다'의'탈선 아르바이트의 함정'을'탈선정보'의 최신판으로 지목한다.학생들의 탈선 아르바이트의 현주소와 탈선의 경로를 알아보겠다는게 제작의도. 그러나'애완용강아지를 사기위해'단란주점에서 접대부로 일하며'나체신고식'을 강요당했다는 여고생의 고백,“우리반 친구들 절반은 다해요”등의 멘트는 예민한 청소년들을 혼란시킬 소지가 다분했다.

몰래카메라까지 동원해'낮엔 여고생,밤엔 접대부로'일하 는이들의이중생활을 파헤치려한 부분이나 이른바 보도사무실을 통한 여고생접대부 공급루트를 알아보겠다는 시도등도 같은 선상에 있다.방송위원회 최준근 심의1국장은“심의규정에 위배될만한 소지가 있는 장면들이 많아 조만간 중징계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탈선정보의 해외 버전'은 지난 14일 밤11시에 방영된 다큐멘터리전문 케이블 Q채널(채널25)'아시아 리포트'에서 소개됐다.이날 아이템은'매춘하는 일본여고생'. 섹스산업이 가장 발달했다는 일본의 현지를 성실하게(?) 담았기 때문인지 SBS'그것이 알고싶다'와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자극적인 장면이 넘쳐났다.딸같은 여고생과 아버지같은 중년남성들이 교제하는'원조(援助)교제'가 성관계로 이어지는 과정,전화로 이뤄지는 매춘 거래인'텔레쿠라'등을 자세히 소개했다.아직 국내에는 발을 붙이지 못한 매춘기법들이 무더기로 소개돼 역설적으로 Q채널은'신종 매춘노하우'를 국내에 공식 홍보하는 악역을 떠맡은 꼴이 됐다.이에대해 제작관계자들은“사회의 치부를 폭로.고발해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한 것일뿐”이라고 해명한다.그러나 여성단체협의회 모니터회 권수현 부장은“무책임한 폭로만 있고 대책은 없어 감수성이 예민한 청소년들에게 탈선의 정보만 제공하거나 매춘산업확산에 기여할(?) 소지가 크다”고 지적했다. 〈장세정 기자〉

<사진설명>

접대부로 일하는 여학생들이 SBS'그것이…'에서 공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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