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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ET-DC 토론대회 ‘토론짱’ 된 비결은…

중앙일보

입력

IET 위원회가 첫 토론대회를 시행했다.IET 위원회는 고려대학교 사범대학과 전국 16개 외국어고등학교가 공동 주최하는 시험을 주관하는 기관. 이곳에서 처음 실시한 토론대회가 바로 IET-DC(International English Test - Debate Championship)다. 지난 10월 말 서류 전형을 시작으로 예선과 본선을 거쳐 지난 16일 결선까지 모두 치렀다. 초등 5, 6학년 학생들만 참가할 수 있었던 (위원회 측에 따르면 추후 중·고등부 시행)제1회 대회에서 대상은 김새연(12·압구정초6)·이선우(11·경복초5)·이지원(11·성신초5)양·장석우(12·개일초6)군 팀이 차지했다.


제1회 IET-DC 토론대회에서 대상을 받은 장석우군과 이선우·김새연·이지원양(왼쪽부터). 유창한 영어 실력보다는 양보와 타협, 존중의 자세를 우승 비결로 꼽았다.

이번 IET-DC 대회는 네 학생 모두에게 반가운 소식이었다. 그동안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공신력 있는 영어 토론대회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회는 결코 만만치 않았다. 결승전까지 올라가기 위해서는 여러 관문을 통과해야 했다. 서류 전형은 물론, 에세이 쓰기로 치르는 예선, 토론을 이어가는 본선·결선까지. 새연·지원양은 다행히 IET 대회 대상 수상경력으로 예선 시험을 면제 받을 수 있었다. 선우양과 석우군은 서류전형 통과 후 주어진 주제에 대해 1시간 동안 300단어 내외로 에세이를 쓰는 시험을 치렀다.

다음은 본격적인 토론 실전. 16강전과 8강전은 개인별로 점수가 매겨졌다. ‘학생들이 학교장을 뽑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에 대한 찬반 토론으로, 주제는 미리 알려 주었다. 진행 규칙 역시 웹사이트에 미리 공지돼 숙지할 수 있었고, 대회 전날 마련된 오리엔테이션 시간에는 대원외고 학생들을 통해 토론 방식에 대해 다시 교육을 받았다. 16강전과 같은 날 치러진 8강전은 함께 토론을 펼치게 될 팀원을 당일에 알 수 있었다. 즉석에서 팀워크를 발휘하기에 연습 시간 40분은 짧게만 느껴질 수밖에 없다. 새연양은 “개별 점수를 받는토론이어서인지 의견 충돌이 심해 연습시간을 허비하는 팀도 보였다”고 말했다.
다음 고개는 4강전과 마지막 결승전을 치르는 결선 대회. 이때부터는 팀별로 승패가 갈리기 때문에 협동심이 더욱 중요해졌다.

한팀이 된 네 학생은 짧은 기간이나마 함께 모여 연습에 돌입했다. 예상 주제를 가지고2:2 모의 토론을 한 것. 또래 친구들끼리 모였으니 처음엔 마냥 장난치고 웃고 떠들기 바빴다. 하지만 곧 6학년 언니·오빠가 ‘군기’를 잡았다. 시간 배분, 노트테이킹, 역할 분담등 기본적인 부분을 설명해주고, 연습하는 장면을 카메라로 촬영해 점검하기도 했다. 발언 내용의 논리성은 물론, 메모 종이만 들여다보며 말하지 않는지, 목소리 톤과 말의 빠르기는 적당한지, 제스처는 적절히 사용하는지 등에 대해 서로 의견을 나눴다. 두번, 세번 연습하자 어느덧 팀워크가 맞아떨어지기 시작했다. 비교적 실력이 부족할 수도 있는 5학년이 팀에 2명이나 있어 불리할 것이라는 예측이 많았지만, 오히려 끌어주고 밀어주는 협동심이 힘을 발휘했다. 드디어 결선 대회날. 즉석에서 공개된 주제는 ‘인터넷 여론이 사회에 도움이 되는가’ ‘청소년들의 성형 수술은 바람직한가’‘학생들의 교원 평가는 타당한가’ 등이었다. 주제 발표 후 팀별 연습 시간은 30분. 그 동안 연습한 역할대로 각자 최선을 다했다. 석우군은 “상대가 말하는 동안 계속 속닥거리거나 지나치게 감정적으로 말하는 등 매너 없는 행동을 하지 않도록 주의했다”고 설명했다.

지원양 역시 “상대를 존중하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 사람 당 발언 제한 시간은 2~3분. 상대팀의 발언도중 이의를 제기하거나 질문을 던질 수 있는 기회인 POI(Point of Information)도 토론에 박진감을 불어넣었다. 선우양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긴장감이 오히려 토론을 더 잘할 수 있게 한 것 같다”고 웃으며 말했다. 영어로 진행되는 토론대회인만큼 대상을 받은 이들에게 영어 실력은 기본 전제 조건이다. 그러나 공통점은 영어를 ‘학습’으로만 접하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특히 초등 저학년 때까지는 학원에 다니기보다 주위 환경 속에서 소통의 수단으로서 영어를 접했다. 6~7살 때 미국에서 1년 8개월 정도 지낸 새연양은 한국에 돌아온 뒤 엄마·아빠와 정기적으로 자막 없이 영화를 봤다. 좋아하는 작가의 영어 동화책과 챕터북도 많이 읽었다. 4학년이 돼서야 영어 학원을 다니기 시작했다. 이는 해외 거주 경험이 전혀 없는 선우양도 마찬가지. 해리포터, 미스터리 소설 등 좋아하는 영어책을 많이 읽고 오디오북도 꾸준히 들었다. 또 영어를 통해 생각의 폭을 넓혀 왔다는 것 역시 네 아이들의 공통 분모. 부모님이 챙겨주는 CNN 방송을 듣거나 영어 신문·시사잡지를 즐겨 읽는다. 지원양은 주니어 헤럴드를 챙겨 읽으면서 BBC 채널 웹사이트의 교육 섹션을 활용해 듣기와 어휘 실력
을 쌓고 있다. 석우군은 좋아하는 과학 분야의 영어책을 많이 읽고, 한 가지 주제에 대해 스스로 자료를 찾아 발표하는 프로젝트식 학원 수업을 좋아한다.
그러나 “영어의 유창함만으로 치자면 우리보다 훨씬 뛰어난 친구들이 많았다”는 아이들. 아직 뛰놀기 좋아하는 네 명의 ‘어린이’들이지만, 양보하고 겸손할 줄 아는 모습에서 진정한 ‘토론짱’의 면모가 엿보였다.

프리미엄 최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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