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기업의 사회공헌기금이 투쟁대상 되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0면

사회공헌기금 조성을 둘러싼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자동차 4사 노조가 '기업 이익의 5%를 사회공헌기금으로 조성하자'고 요구하자 김대환 노동부 장관이 "공론화가 필요하다"며 동조하고 나섰다. 반면 이헌재 경제부총리는 "시장에 부담스럽다"며 부정적인 의견을 피력했고, 재계는 노동계 요구에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돈을 많이 버는 기업이 자발적으로 수익의 일부를 소외계층이나 공익용으로 내놓겠다면 박수를 받을 일이다. 이미 많은 기업이 알게 모르게 사회기여금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사회공헌기금 논의가 이처럼 비합리적인 방식으로 전개되는 것은 옳지 않다. 임금이나 근로조건이 아닌, 기업 수익을 어떤 식으로 배분하느냐는 노사 협상의 대상이 아니다. 더구나 자기 회사 이익을 사회공헌용으로 안 내놓으면 연대투쟁에 나서겠다는 노조 측 주장은 이해가 안 간다. 누구를 위한 투쟁인가.

이런 비합법적인 노동계 일부의 주장에 대해 주무 장관이 '공론화'로 동조한 것은 정말 사려 깊지 못한 행동이다. 장관이 이런 식으로 개입하면 이 문제는 전 산업의 문제로 확산될 수 있다. 기업이 정상적으로 세금 제대로 내고 남은 이익을 어디 쓸 것인지는 경영진이나 주주의 권한이지 노조나 정부가 간여할 문제가 아니다.

우리 경제의 당면 과제는 어떻게 하면 기업이 투자를 늘리고, 수익성을 높이느냐에 있다. 그래야 일자리도 생기고, 소비도 가능하며, 기업 경쟁력도 높아지고 경제도 살아난다. 최근 투자가 부진한 배경에는 공격적 노사 관계도 한몫하고 있다. 특히 노동운동이 정치색을 띠고 노조의 경영권 참여 요구가 높아지면서 외국인 투자에 더욱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런 판에 그나마 되는 회사의 이익을 이런 식으로 나눠먹자는 것은, 우리 경제의 미래를 포기하자는 주장과 다름없다.

노동계는 사회공헌기금 조성 요구를 중단해야 한다. 노동부 장관도 이 문제에 더 이상 개입하지 않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