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오락가락' 외국인 선물매매…위험분산·투기거래 섞인 듯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4면

외국인들이 현물과 선물시장에서 갈지(之)자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주 외국인들은 일주일 내내 현물 주식을 사면 선물을 매도하고, 현물 주식을 팔면 선물을 매수하는 등 엇갈린 매매 양태를 보였다. 현.선물시장에서의 차익거래를 전문으로 하는 우리증권 황주동 딜러는 "선물시장에서 외국인들의 포지션에 일관성이 없어 매우 혼란스럽다"고 말했다.

현물시장에 뚜렷한 매수 주체가 사라지면서 외국인의 선물거래 방향에 따라 현물시장이 급등락하는 현상까지 생겨났다. 꼬리(파생상품)가 몸통(현물)을 흔드는 현상(Wag the dog)이 발생한 것이다. 외국인의 하루 평균 선물 거래대금이 2조~3조원이고 증거금이 15%라는 점을 감안하면 외국인들은 3000억~4000억원으로 350조원 규모의 거래소 시장을 뒤흔들고 있는 것이다.

지난 21일 외국인은 현물시장에서 570억원을 순매도했지만 종합주가지수는 18.57포인트 상승했다. 3625억원어치를 순매수한 20일에는 오히려 주가가 10.16포인트 빠졌다. 외국인들이 선물시장에서 현물시장과 반대로 매매하는 바람에 대량의 프로그램 매매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외국인들은 옵션시장에서는 주가 반등을 염두에 두고 꾸준하게 풋옵션을 매도하고 있다. 반면 지난달 말 이후 개인들은 주가 하락시 대박을 꿈꾸며 풋옵션을 사들이고 있다.

증시가 급등락을 거듭하는 등 변동성이 커지면서 선물시장에서 외국인의 매매 비중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선물시장에서 외국인 매매 비중은 지난해 상반기 13~14%에서 이달에는 23.5%로 늘어났다.

전문가들은 외국인들의 오락가락하는 선물 매매는 위험분산(헤징) 거래와 투기적 거래가 섞여 있으며, 기본적으로 한국 증시에 대한 부정적인 전망이 깔려 있다고 보고 있다.

동원증권 김세중 선임연구원은 "현물 주식이 매수 단가 이하로 떨어져 공격적인 매수가 불가능한 데다 주식을 팔자니 손실폭이 커 외국인들도 현물시장에서 운신의 폭이 크지 않다"고 분석했다. 이런 이유로 현물 대신 선물시장에 눈을 돌리고 있다는 얘기다.

삼성증권 전균 연구위원은 최근 외국인의 선물 매매 양태가 투기적인 거래라고 판단하고 있다. 주가가 많이 떨어졌다는 점에서 약간의 반등을 염두에 두고 투기에 나선 것인 만큼 그 자체가 시장의 불안정성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그는 선물을 매수하고 풋옵션을 매도하는 등 증시 반등을 염두에 두고 투자하는 최근의 외국인 매매는 보유기간이 일주일을 넘지 않는 단기적 매수라고 지적했다.

외국인들이 주가 급락으로 불안감이 쌓인 시장에서 공세적인 선물 매수와 풋옵션 매도로 시장의 일시적인 반등을 주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LG투자증권 서정광 책임연구원은 현.선물시장에서 외국인 매매가 반대라는 점에서 외국계 장기 펀드들이 현물 주식을 줄이고 선물 보유를 늘리는 헤징을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번 주 전망은 엇갈렸다. 김세중 연구원은 840 정도가 합리적인 주가 수준이라며 상승장을 예상했다. 전연구위원은 매수 주체와 상승 모멘텀, 주도주 부재로 기술적 반등의 힘은 점점 소진되고 지수가 되밀리면서 바닥권을 다질 것으로 예상했다.

서경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