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 낙찰자에게 캐리커처 선물 낙찰대금 전액 조손가정에 전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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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의 추억 한 켠에 선생님의 만화가 있어요. 인터넷 포털에서 ‘타임 경매’가 열린다는 걸 알게 됐고 ‘이런 기회가 언제 또 있을까’ 싶어 입찰했죠. 오늘은 회사에 연차까지 내고 왔어요.” 지난달 26일 오후, 허태연(33·여·직장인)씨가 긴장된 얼굴로 만화가 이현세의 작업실에 들어섰다. 먼저 도착한 이종현(27·남·취업준비중)씨와 권동환(26·남·성우지망)씨 역시 다소 상기된 표정이다. 세 사람은 11월 13일부터 닷새간 진행된 MBC 창사특집-함께하는 세상, 명사들의 사랑 나눔’행사 중 명사들의 ‘타임경매’에 낙찰된 행운아들이다.


조손가정을 돕는 명사들의 타임경매에 자신의 시간을 기부한 만화가 이현세와 낙찰의 행운을 얻은 허태연이종현권동환 씨 (왼쪽부터).

타임경매는 명사가 기부한 시간을 경매해, 낙찰자가 명사를 만나 대화를 나누고 재능을 배우는 이벤트. 최종 낙찰금은 조손가정돕기에 전액 기부된다. 이번 행사에는 만화가 이현세를 비롯해 가수 BMK, 발레리나 김주원, 배우 하정우, 디자이너 이상봉, 골프 선수 장정이 함께했다. 물론 명사들은 출연료 없이 참여했다.

세상에 단 하나뿐인 캐리커처

기증품 경매, 자선 패션쇼 등 여러가지 기부 및 후원행사에 참여해왔지만 이런 형태의 이벤트는 처음이라 이현세도 다소 긴장된 표정이다. “좋은 일에 관심이 많은 따뜻한 마음을 가진 분들이 저와의 시간을 갖기위해 기꺼이 지갑을 열었다는 건 정말 기분좋은 일입니다.” 이 화백이 말문을 열자 평소 팬이라는 이종현씨는 “한 분야의 일인자인 이현세 선생님의 좋은 말씀도 듣고 그 기운을 얻고 싶었습니다. 선생님이 그려주시는 캐리커처는 말할 것도 없이 영광이죠. 집에서 가장 잘 보이는 곳에 걸어둘 작정입니다”라고 화답했다. 입사 면접을 치르고 오는 길이라는 그에게 이 화백은 “그럼 에너지를 더 많이 넣어서 그려 드려야겠네요. 좋은 결과가 있을 겁니다.”라며 펜 끝에 정성을 쏟는다. 펜으로 스케치를 한 뒤 붓에 물감을 묻혀 그림에 힘을 불어넣는다. ‘눈’을 가장 먼저 그리는 이현세 만의 특별한 기법으로 한명한명의 느낌을 담은 캐리커처가 완성됐다.더불어 메시지를 곁들인다. 성우 공채시험을 눈앞에 둔 권동환씨를 위한 문구가 눈에 들어온다. “꿈을 향하여 달린다는 것은 우리가 정말 살고 싶은 삶이죠. 자 이제부터 파이팅이죠?”

다양한 기부 문화가 자리잡기를

캐리커처 속 인물이 너무 예쁘다며 환하게 웃는 허태연씨는 “정말 가슴 따뜻한 하나의 추억으로 남게 될 것 같습니다. 이런 영광스러운 시간을 가지면서 어려운 이웃도 도울 수 있다니 정말 뜻 깊은 시간이었어요”라며 감회를 전한다.진심을 담아 대화를 나누고 특별한 선물을 전한 3시간. 이 화백은 이날의 추억이 이들의 삶에 작게나마 힘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재미있었습니다. 그리고 행복했습니다. 나를 좋아하는 독자들과 스스럼 없이 얘기를 나눌 수 있으니 재미있었고, 즐겁게 다른 사람을 도울 수 있으니 또한 행복한 일입니다.”허태연씨는 “돈 있고 시간 있는 사람만이 아니라 사랑만 있다면 누구라도 기부문화에 동참할 수 있다는 생각이 바이러스처럼 퍼졌으면 좋겠어요”라며 이번을 계기로 기부나 후원 이벤트에 더욱 적극적으로 참여하겠다고 말했다.

프리미엄 하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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