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주 카드’ 내미는 동료엔 술 권하지 않는 센스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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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량이 맥주 한 병 정도인 회사원 김철우(39)씨는 부서 회식이 있을 때면 항상 곤욕을 치른다. 오죽하면 요즘 금융위기의 여파로 사내 회식이 부쩍 준 것을 다행이라고 생각할까. 하지만 김씨는 여전히 불안하다. 연말 송년회 자리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올해는 경기침체로 인한 불안감과 스트레스로 연말 모임에선 술이 더 넘칠 가능성이 커졌다. 하지만 이런 분위기일수록 당신이 현명한 직장 상사라면, 조금이라도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을 가졌다면 약간의 센스로 즐거운 송년 모임을 만들 수 있다.

재미난 절주 규칙 만들어 보기

“오늘 회식은 딱 10시에 끝내자.” 이랬던 상사가 막상 10시가 되자 “여기 소주 한 병 추가요~” 하고 외칠 때…한숨을 내쉬는 이들이 있게 마련이다. 거기에 눈치 없는 후배가 “삼겹살도 좀 더 하면 안될까요” 하고 나서기까지 한다면 정말 한 대 때려 주고 싶은 기분일 게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은행이 이용했던 방법이 있다. 회식 끝낼 시간을 미리 정해 직원들이 일제히 휴대전화 알람을 맞춰 놓도록 하는 것이다. 시간이 되면 여기저기서 휴대전화 알람이 시끄럽게 울려대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그 술자리는 마무리된다. 다들 미련 없이 툭툭 털고 일어나 귀가하면 완벽한 성공이다.

또 절주 캠페인을 지속적으로 해 오고 있는 포스코의 일부 부서는 ‘레드 카드제’를 운영한다. 회식 자리에서 술을 더 이상 마시고 싶지 않을 때 레드 카드를 내밀면 아무도 더 이상 술을 권하지 못하는 것이다. 레드 카드를 굳이 만들지 않아도 그때그때 예쁜 잔 받침이나 리본·스티커 등을 ‘오늘의 절주 카드’로 이용해 보는 것도 가능하다. 술 마시기 괴로운 사람은 그저 구성원이 미리 정한 절주 카드를 술잔 근처에 놓거나 옷 등에 부착하기만 하면 술을 거절하기 위해 구차한 변명을 할 필요가 없어진다.

잘못된 술 상식이 과음 부른다

절주를 원하지만 알코올에 대한 잘못된 지식으로 자신도 모르게 과음하고 ‘살인주(殺人酒)의 추억’을 만드는 이들이 있다. 술에 대한 오해와 진실, 어떤 게 있을까.

스트레스가 쌓일 때 술 한잔 하면 해소된다. Yes, but 사람이나 동물 실험에서 소량의 음주는 기분을 좋게 만들어 여러 가지 스트레스 요인을 잠시나마 잊게 한다고 밝혀져 왔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소량’일 때 얘기다. 문제는 스트레스와 알코올 소비량이 정비례의 상관관계를 갖고 있다는 점이다. 즉, 스트레스가 심해질수록 음주량도 늘어난다. 그렇게 과음이나 폭음을 하면 알코올은 스트레스 반응에 관여하는 조직들(시상하부-뇌하수체-부신)에 직접 작용해 이곳들의 호르몬 분비를 증가시키므로 스트레스를 더 심하게 한다. 스트레스가 쌓여 술을 많이 마시면 스트레스가 더 심해져 또 술을 찾는 악순환이 생기는 것이다.

오이나 양파 등을 넣으면 술이 약해진다. No 마시기는 좋을 수 있다. 야채의 신선한 향이 독한 술냄새를 덮어 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의학적으로 볼 때 무의미한 행동이다. 그렇게 한다고 알코올 도수가 낮아지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독주를 순하게 마시고 싶다면 일단 물을 타라. 싱겁게 느껴질 땐 레몬즙 등을 떨어뜨려 마시면 넘기기도 편하다.

양주 한 잔보다 맥주 한 잔을 마시는 게 덜 취한다.No 맥주잔이 양주잔보다 훨씬 크다는 걸 잊지 말라. 맥주 한 잔이나 위스키 한 잔이나 섭취하는 순 알코올 양은 12g으로 비슷하다. 다만 맥주가 수분 함량이 많다 보니 건강에 미치는 부작용이 조금 덜할 수는 있다.

음주 전에 우유를 마시면 위벽이 보호된다. No 우유는 약알칼리성으로 위산을 희석하거나 중화할 수 있다. 그래서 일시적으로 속 쓰림 증세가 좋아지는 듯 보이지만 궁극적으로는 위산 분비를 촉진하기 때문에 오히려 위염을 악화시킬 수도 있다. 다만 공복 상태에서의 음주는 위에 더 자극적이므로 술 마시기 전엔 간식이나 가벼운 식사를 꼭 하는 게 좋다.

일단 한번 토하면 술이 깬다.Yes, but 술 마신 직후에 토했을 경우 정신이 맑아지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알코올은 위에서는 10% 정도만 흡수된 뒤 소장에서 약 90%가 흡수되는데, 구토를 하면 위에서 흡수되지 않고 남아 있던 알코올이 미처 소장으로 내려가기 전에 음식물과 함께 밖으로 나오기 때문이다. 문제는 구토가 소화기에 아주 좋지 않다는 점이다.

안주를 든든히 먹으면 덜 취한다. No 취하는 정도는 마신 술의 양과 정확히 비례한다. 안주를 많이 먹으면 술의 흡수가 천천히 이뤄질 뿐이다. 이 때문에 술이 깨는 데 시간이 더 걸릴 수도 있다.

김정수 기자 newslad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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