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달라이 라마, 죽음을 이야기하다' 外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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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이 라마, 죽음을 이야기하다
달라이 라마 지음, 이종복 옮김, 북로드, 235쪽, 1만원

달라이 라마, 삶을 이야기하다
달라이 라마 지음, 진현종 옮김, 북로드, 225쪽, 1만원

행복
달라이 라마 지음, 손민규 옮김, 문이당, 211쪽, 8800원

사람의 꿈은 ‘태어나 행복하게 살다가 죽음을 맞는 것’이다. 티베트 불교의 정신적인 지도자이며 세계인의 영적 지도자인 제14대 달라이 라마 텐진가초가 쓴 『달라이 라마, 죽음을 이야기하다』와 『달라이 라마, 삶을 이야기하다』 그리고 『행복』은 물질적인 가치가 팽배한 오늘날 사회인들에게 삶을 ‘어떠한 가치에 두고 살 것인가’라는 물음에 대해 죽음의 과정, 현재의 삶과 다음 삶 사이의 중음도(中陰道), 그리고 환생의 단계를 빌려 경쾌하고도 쉬운 언어로 설명하고 있다.

죽음 앞에 자유로운 사람은 없다. 죽음이란 삶을 떠받치고 있는 기둥이다. 일찍이 부처님은 ‘죽음을 통해 진정한 삶을 얻는다’고 했듯이, 어쩌면 사람에게 ‘죽음’이란 사람이 최후로 얻어내는 ‘열반’이다. 열반은 큰스님들만이 얻는 수행의 큰 득도가 아니다. 우리 일반인에게도 언어만 다를 뿐 ‘열반’이 될 수 도 있다. 사람은 죽음으로써 모든 것을 마지막에 깨닫기 때문이다.

『…죽음을 이야기하다』는 독자들을 ‘지혜의 큰 바다’로 안내할 명상집이다. ‘시작을 알 수 없는 시간 아래로 우리는 영원의 환상에 사로잡혀 있다. 그래서인지 우리는 아직도 시간이 많이 남아 있다고 착각하며 살아간다. 이러한 생각은 지금 해야 할 일을 내일로 미루게 하고, 결국 우리로 하여금 삶을 탕진하게 하는 크나큰 위험에 빠뜨린다.’

정말 현대인은 그렇게 살고 있다. ‘시간’이란 먼 여행을 두고 그 길이 많이 남아 있다고 착각하고 살고 있는지 모른다. 이 책의 가장 중요한 이야기는 ‘오늘의 삶에 가치를 부여하는 일’이다. 인간은 반드시 죽는다. 그러기에 죽음은 올바른 삶을 살기 위한 스승인 것이다.

『…삶을 이야기하다』는 죽음 앞에 선 사람이 어떻게 주어진 삶을 올바르게 살아야 하는가를 가르쳐 주는 책이다. 부처님은 ‘올바른 삶이란 그르침이 없는 자유자재한 삶’이라고 했다. 달라이 라마 역시 “유혹하는 인생의 모든 가치들은 사실, 변장한 무가치에 불과하며 껍데기를 벗기고 나면 알맹이는 이미 존재하지 않는다. 무가치하고 알맹이가 없는 것들에 마음을 두고 사는 동안 인간 본성은 깨어져 그로 말미암아 온갖 부조리와 탐욕이 넘쳐나는 세상이 되었다”고 말한다. 탐욕의 세상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달라이 라마는 이 책에서 끝없는 명상과 수행만이 개인의 ‘정신적 안녕과 내면의 평화’를 얻을 수 있다고 역설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오늘날 일반인들이 추구하고 있는 진정한 ‘웰빙’에 접근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이 책은 비록 수행이라는 꽤 어려운 주제를 다루고 있지만, 삶에 있어서 무엇이 가치 있는 것인가를 고민하는 자세만 가지고 있다면 누구든지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임이 분명하다.

또 다른 책 『행복』은 앞의 두 책이 철학에 가까운 명상집이라 한다면 달라이 라마가 신도들과 나눈 문답과 불교 교리를 통해 우리가 매일같이 겪는 우울·걱정·분노·질투 따위의 나쁜 감정을 어떻게 다스릴 수 있는가를, 누가 들어도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친절하고 상세하게 2500년 전 붓다의 가르침을 전하고 있다.

일찍이 부처님은 ‘인간의 행복은 내 안에 있다’고 했다. 달라이 라마도 “우리의 행복을 막는 진짜 적은 타인이 아니라 자신 안에 있는 증오, 질투, 자만 같은 부정적인 감정이다. 우선 나 자신이 행복하고 싶다면 자비심, 사랑, 용서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한다. 인간의 행복은 미움과 집착 그리고 아집과 편견 같은 삶의 번뇌를 버리지 않으면 결코 얻을 수 없다고 역설하고 있는 것이다.

“참된 친구는 돈이나 권력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따뜻한 가슴과 관계가 있다.” 달라이 라마의 ‘행복’을 얻는 원천은 바로 ‘따뜻한 가슴을 가지는 것’이 아닌가 싶다. 인간의 행복과 불행은 인간이 가진 ‘생각의 얼룩’에 있다. 인간이 어떠한 생각에 사로잡혀 있는가에 따라서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달라이라마의 ‘행복’은 곧 인간의 얼룩진 생각을 바꾸게 되는 계기가 될 것이 분명하다.

정성욱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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