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국정刷新의 대결단 필요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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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노동법사태에 이은 한보사태는 한마디로 국가적 위기상황이다.민심이 흔들리고 사회도 불안하며 경제는 계속 곤두박질치고 있다.정부와 정치권이 모두 제자리를 잃고 허둥대고 있고,기업과 국민도 일손이 잡히지 않는 분위기다.온나라가 마치 폭 풍속의 조각배처럼 흔들리고 있다.이런 상황이 오래 지속돼선 결코 안된다.뭔가 국면을 진정시키고 사태를 수습할 단안이 내려져야 한다. 지난번 국회 날치기에 이은 파업.농성사태와 이번 한보사태를 보면 정부.여당의 국정관리및 정책추진방식에 심각한 문제와 허점이 있고 정국운영에도 많은 문제점이 있음을 알 수 있다.이런 문제점과 허점을 개혁.개편하고 국정에 대한 일대 쇄신작업이 없으면 오늘의 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확산되고있다. 한보문제는 정경유착에 따른 부패.비리란측면과 함께 정책의 과오.태만.왜곡이란 부실정책 측면도 아울러 갖고 있다.지금비리측면은 검찰수사로 척결작업이 진행중이라지만 정책측면의 문제점은 아무런 대책도 개선책도 없이 표류하는 인상이다. 이런 위기를 맞아 정부가 과연 비난받아야 할 일이 뭔지,비난받지 않아야 할 일이 뭔지도 모르는채 허둥대고 있는 인상이다. 관련 고위공직자들은 모조리 자기만 책임없다는 소리를 하고 있을뿐 정부와 정책을 변론.변명하는 모습도 보기 어렵다.가령 문제의 한보제철소에 대한 허가와 사후관리,거액대출의 과정과 자금사용에 대한 관리.감독 등 모든 과정에 있어 정책 의 부실.태만.과오.묵인…등 온갖 문제점이 연일 언론에 노출되고 있다.이런 사실을 보면 이 정부가 과연 국정을 어떻게 운영했는가,제대로 추진.관리할 능력이 있는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정책의 과오나 태만이 드러나면 당연히 진상을 규명해 당사자를문책하고 국민에게 진상을 밝히는 것이 정부가 해야 할 초보적(初步的)임무인데 그토록 많은 문제점 지적이 나오는데도 달다 쓰다 말이 없는 것이 지금 정부의 모습이다.한가지 예로 5조원이나 쏟아부은 당진제철소의 코렉스공법이라는 것이 많은 전문가들에의해 경제성이 없다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데도 이 공법을 권유하고 허가해준 정부로선 왜 전문가팀의 실사(實査)를 통해 속시원히 경제성이 있다든가,없다든가 밝히지도 못하는가. 지금 정부에 대한 의혹과 불신은 위험한 수준에 와 있다.사태를 오직 검찰수사에만 맡겨놓고 계속 몇천억.몇조(兆)원 하는 식으로 긴급금융만 하고 있어서는 사태의 수습도 경제파장의 최소화도 불가능하다. 우리는 더 늦기전에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이 국정과 정국의 표류를 더이상 방치하지 말고 단안을 내려야 한다고 본다.우선 현재의 내각과 청와대비서실과 신한국당팀으로 한보문제를 수습할 수있느냐를 판단해야 한다.이미 지난 열흘간 보았듯 이 현재의 경제팀은 수습의지도 능력도 보이지 못하고 있고,공직자로서의 책임의식도 보기 어렵다.그렇다면 한보문제와 관련없는 새로운 진용을조속히 구성해 새팀에 의한 수습책을 밀고 나가는 것이 사리에 맞을 것이다. 그리고 사태가 이 지경이 되기까지 민심동향은 아랑곳 없이 무조건 강경론으로 정부와 국민간의 거리를 멀게 한 일부 인사들의후퇴 또한 불가피하다고 본다.날치기와 파업사태등에 있어 결과적으로 잘못된 판단과 잘못된 진언(進言)으로 상황 을 악화시킨 인물들에 대한 책임추궁이 있어야 할 것이다. 여당내부에서도 제기되고 있는 국정과 집권당운영방식에 대한 개선문제도 이번엔 분명한 매듭을 지어야 한다.청와대의 독선.독주.언로(言路)의 봉쇄.책임지지 않는 풍토 등에 대한 안팎의 지적을 뼈아프게 듣고 이런 요구에 부합하는 일대 쇄 신방안이 나와야 한다. 우리는 지금의 불안국면이 3월 들어 개학과 임투(賃鬪)에 맞물려 걷잡을 수 없는 혼란국면으로 빠져들 가능성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金대통령이 더 이상 실기(失機)하지 말고 정부.여당.비서실에 걸쳐 개편을 단행,국정의 일대 쇄신작 업에 착수해야 한다고 본다.부패 관련자라면 누차 국민에게 약속한대로 비록지근(至近)의 인물일지라도 엄단하는 수밖에 없다.누가 봐도 납득할 이런 엄격한 부패척결과 일대 개혁.개편이 있어야 위기 극복의 길이 열릴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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