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문양에 담긴 吉凶풀이 박영수의 '행운속의 풍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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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까치까치 설날은 어저께고요. 우리 우리 설날은 오늘이래요….”(윤극영 작곡 ‘설날’). 설날, 이 노래를 즐겨 부르는 어린이들이 까치의 깊은 상징적 의미까지야 알까마는 행운에 대한 염원이 가득 담긴 동요다. 아이들이 이 노래를 부를때쯤 어른들은 점쟁이집을 기웃거리게 된다. 왜 그럴까.

문화칼럼니스트인 박영수씨가 쓴 ‘행운의 풍속’에는 행운에 관한 풍속과 상징문화에 얽힌 궁금증이 상세히 설명돼 있다.

점복(占卜)은 앞날에 대해 인간이면 누구나 품게 되는 답답함을 풀려는 인류공통의 염원에서 시작됐다. 그래서 점복문화는 어느 곳에서나 내려오고 있다. 그러나 그 해석은 크게 다르다.

점복의 흔적은 언어에도 나타난다. ‘나는 그것을 굳게 믿는다’는 영어표현인 ‘I feel it in my bones’는 점쟁이들이 뼈를 가지고 점을 쳤던데서 유래했다. ‘관찰하다’는 뜻이 담긴 라틴어의 ‘comtemplari’도 고대 로마인들이 중요한 사건마다 신의 뜻을 헤아리기 위해 새들의 비상이나 번개의 형태를 관찰한데서 비롯된 것이다.

행운을 상징하는 꿈에 대한 해석도 문화권에 따라 다양하다. 우리한테 운수대길로 받아들여지는 돼지꿈의 경우 힌두교와 회교 문화권에서는 불길한 징조로 해석된다.

행운을 상징하는 문양 역시 그렇다. 대표적인 것이 박쥐문양. 박쥐는 예로부터 태국·인도네시아·중국·한국등 동양권에선 장수(長壽)·다산(多産)·풍년의 상징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서양에서는 이와 반대로 죽음·공포·불운·악마등의 상징으로 여겨졌다.

현대의 동양인들이 박쥐를 부정적으로 인식하게 된 배경에 대해 저자는 서양인들의 관념을 무분별하게 수용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꿈을 예시로 해석하는 경향은 대부분 문화권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난다. 고려의 왕건이나 조선의 이성계에서 보듯 특히 종교지도자나 통치자들이 꿈을 ‘신탁’(神託)으로 활용하려는 경향을 강하게 보였다. 〈정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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