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파리에 音樂박물관 등장-'시테 드 라 뮈지크'개관 새 명소로 떠올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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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지난달 18일 파리 음악박물관이 마침내 문을 열고 입장객들을 맞기 시작했다. 파리 북동부 빌레트 예술공원안에 위치한 시테 드 라 뮈지크(‘음악의 마을’이라는 뜻)에 음향과학연구소(IRCAM)·파리음악원과 함께 입주한 음악박물관이 새로운 파리의 명소로 떠오르고 있다. 이곳은 관람객에게 살아있는 음악 체험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단순히 악기만 전시하고 마는 종래의 악기박물관과는 다르다.

연면적 3천평방m, 5층 규모의 상설전시장에는 4천5백점의 악기와 함께 루브르·오르세·베르사유 박물관에서 영구임대해온 음악관련 회화·조각품들도 전시되고 있다. 또 2백30석 규모의 원형극장에는 장 프랑수아 뒤퐁이 만든 바로크오르간이 설치돼 있는데 파리음악원 재학생들이 교대로 연주를 맡아 관람객의 귀를 즐겁게 한다.

현존하는 최초의 오페라인 몬테베르디의 ‘오르페오’(1607)가 공연됐던 이탈리아 만투아의 곤자가 궁정 모습에서부터 스트라빈스키의 ‘봄의 제전’이 초연돼 일대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파리 샹젤리극장의 모형까지 전시돼 음악사에 획을 긋는 사건들을 한눈에 볼 수 있다.

가장 오래된 악기는 BC2500년께 만들어진 피리며 가장 큰 악기는 1885년 장 밥티스트 윌롬이 베를리오즈를 위해 만든 옥토바스로 높이가 3.48m나 돼 보통 더블베이스보다 3배나 크다.

이밖에도 1935년 처음 등장한 휴대용 라디오 ‘스트라디복스’, 63년 필립스사가 발명한 최초의 카세트 녹음기 마그네토폰, 85년 미국 벨연구소가 개발한 전자바이올린, 94년 일본 야마하사가 제작한 NIDI색소폰등 20세기에 출현한 음악 관련 기기들도 눈에 띈다.관람객들은 헤드폰을 끼고 전시장을 돌아다니다 악기 앞에 멈추면 실제로 연주된 음악과 해설(영어 또는 프랑스어)을 들을 수 있고 음악이 흘러나오는 도중 발길을 옮기면 음악도 함께 바뀌게 돼 있다. 따라서 관람에 소요되는 시간은 관람객 마음대로 조정할 수 있다.

음악박물관에서는 악기에 대한 모든 정보를 담아 데이터뱅크로 제공하는 한편 음악과 관련된 영화상영·학술세미나·연주회등 기획행사를 푸짐하게 준비해놓고 있다.

오는 5월부터 인근 파리음악원 기숙사를 이용, 청소년 음악캠프를 열고 오는 98년 10월 개장되는 기획전시장에서는 첫 프로그램으로 프랑스의 바이올린 제작자 뷔욤전(展)에 이어 99년에는 중앙아프리카의 하프전을 개최할 예정. 음악박물관의 올해 예산은 4천7백만 프랑(약70억원). 박물관측에서는 연간 30만명이 이곳을 방문할 것으로 보고 있다.

▶관람가이드:빌레트공원에 인접한 지하철역은 ‘포르트 드 팡탱’(5호선). 버스노선은 75번과 151번. 빌레트공원은 연중무휴로 오전6시부터 다음날 오전1시까지 무료개방된다. 관람시간은 낮12시부터 오후6시까지(금요일은 오후9시30분까지). 월요일은 휴관한다. 오전은 단체관람에 한한다(예약문의 33-1-4484-4646). 입장료는 성인 35프랑, 학생 10프랑. 큐레이터의 설명을 원하면 성인 59프랑, 학생 20프랑. 15명 이상 단체는 할인혜택을 준다.

[파리=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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