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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생' 정치 아직은 탐색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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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右)가 21일 당사를 신임 인사차 방문한 신기남 열린우리당 의장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장문기 기자]

'상생의 정치'가 위태로운 줄타기를 하고 있다. 21일 여야는 두 건의 의미있는 만남을 가졌다.

한나라당 천막당사에서는 열린우리당 신기남 의장과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국회에선 청와대 박봉흠 정책실장과 한나라당 김덕룡 원내대표가 각각 만났다. 상생의 구호 속에 신경전이 공존한 만남이었다.

辛의장은 朴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선대(先代)의 인연을 대화 소재로 끄집어냈다. 辛의장은 "선친과 박정희 전 대통령님은 대구사범 동기동창으로 절친한 친구 사이였다"면서 "朴대통령님과 육영수 여사께서 결혼(1950년 12월 12일)하실 때 청첩장에 아버님이 청첩인으로 기록된 인연도 있다"고 말했다.

이 얘기를 하면서 辛의장은 朴전대통령을 '박정희 대통령님'으로, 朴대표를 '대표님'이라며 깍듯한 존칭을 썼다. 그러면서 "천막당사는 朴대표님의 개혁의지를 상징한다. 낡은 정치를 청산하겠다는 정신을 높이 평가한다"고 했다.

하지만 묵직한 주제로 화제가 옮겨지자 시각 차가 뚜렷하게 드러났다.

辛의장은 "개혁과제 중 지역주의 극복이 중요하다"면서 "지난 총선에서 국민이 표는 균형되게 줬는데 의석은 지역성을 띠는 결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그리고는 "소선구제 때문"이라며 선거구제도의 재검토를 제안했다.

반면 朴대표는 "지역주의 타파는 제도가 중요한 게 아니라 국가지도자와 정치인들이 지역주의를 극복하려는 마음자세가 더 중요하다"면서 제도 개혁보다는 정치인의 마음가짐을 강조했다. 우회적으로 辛의장의 제안을 거부한 셈이다.

辛의장이 "대통령과 야당 지도자들이 언제든 회동해야 한다. 제가 주선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하자 朴대표는 "대통령이 복귀한 지 얼마 안 되고 경제.안보문제 등 걸린 일이 많으니 급한 일부터 처리한 뒤 만나도 된다"고 했다.

머쓱해진 辛의장은 "한나라당 진영 대표비서실장과 제가 고교 동창이니 언제든지 陳실장을 통하면 저와 소통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화제를 돌렸다.

김덕룡 원내대표와 박봉흠 실장 간에도 김혁규 전 경남지사의 총리 기용설을 놓고 신경전이 있었다.

朴실장은 "제 소관이 아니지만 크게 봐달라"고 하자 金원내대표는 "나와 한나라당을 시험에 들지 말게 해 달라. 나도 金전지사를 잘 알아 인간적으로 그 사람이 잘 되는 것을 반대하지 않지만 상생정치란 큰 틀에서 보는 게 좋다"고 했다.

朴실장은 "상생정치라는 좀 더 큰 틀에서, 다른 입장에서 생각할 수도 있지 않겠느냐"고 거듭 협조를 구했지만 金원내대표는 "대통령에게 (내 말을) 전달만 해달라"고 대꾸했다.

박승희.이가영 기자<pmaster@joongang.co.kr>
사진=장문기 기자 <chang6@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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