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3사 보도가 미 쇠고기 갈등 부추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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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산 쇠고기 수입과 관련, 지상파 방송 3사의 보도가 사회통합에 기여하기보다는 시청자의 감성을 자극하고 오히려 갈등을 부추겼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공영방송 발전을 위한 시민연대’가 28일 주최하는 세미나의 발제를 맡은 김경모 연세대 언론홍보영상학부 교수는 27일 미리 배포한 보고서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김 교수는 4월 1일부터 7월 2일까지 KBS·MBC·SBS 저녁종합뉴스에 나온 1025건의 보도를 분석한 결과 방송사들이 수입협상 타결 자체에 대해 줄곧 비판적이었다는 결론을 얻었다고 밝혔다. 예를 들면 ‘졸속 협상’을 강조한 보도가 29건으로 ‘합리적 협상’을 부각한 보도(3건)를 압도했다. 광우병 발병 가능성을 의심하는 보도(75건) 역시 안전성을 강조한 보도(23건)보다 많았다. 촛불집회와 관련해서도 ‘평화적 집회’(56건)였다는 보도가 ‘폭력시위’(39건)를 강조한 내용보다 많았다.

특히 이 기간 방송 3사의 보도는 인터뷰 대상자 숫자에 있어 큰 차이를 보였다. 촛불집회 참여 시민을 인터뷰한 경우가 159건이었던 데 비해 집회 반대 시민이 등장한 것은 3건에 불과했다. 취재원으로는 여당 관계자(183건)보다 야당 관계자(262건)가 자주 등장했다. 인용된 멘트도 촛불집회 찬성 발언(195건)이 반대 발언(118건)보다 많았다. 또 전체적으로는 75.8%의 기사가 해결책 제시 없이 단발적인 사건 보도에만 치우쳤다.

◆“KBS·EBS통합, KBS-2TV 민영화해야”=이날 세미나에 토론자로 참석하는 강동순 전 방송위원은 “모호한 공영방송의 정체성을 바로잡고 지나치게 공영적 방송사가 많은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방송질서 재편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KBS 감사를 지낸 그는 구체적으로 “KBS와 EBS를 통합해 공영성을 높이는 대신 KBS-2TV를 민영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MBC의 경우도 민영화 추진을 하지 않으면 ‘1공영 다민영’ 체제로의 개편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이상복·김필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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