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소비지출‘9·11’이후 최대폭 감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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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온통 잿빛이다. 26일(현지시간) 발표된 미국의 각종 경제지표를 두고 하는 말이다. 소비와 생산·고용 등 주요 지표가 일제히 곤두박질쳤다. 미국 경제가 생각보다 더 빠르고 깊게 가라앉는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스는 이날 “이미 많은 경제학자는 미국이 경기침체에 빠졌다고 진단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상무부가 이날 발표한 10월 개인 소비지출은 전달보다 1% 감소했다. 2001년 9월 이후 감소 폭이 가장 컸다. 물가 변동분을 감안한 실질 소비지출도 0.5% 줄어 5개월 연속 하락세를 보였다. 소비는 미국 경제의 70%를 차지할 정도로 중요하다. 소비가 본격적으로 가라앉으면서 미국 경기가 깊은 겨울잠에 빠져드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신규 주택 판매도 바닥을 기었다. 10월에 팔린 신규 단독주택은 43만3000채로 전달보다 5.3%나 줄었다. 17년 만에 가장 많이 줄어든 것이다. 10월 내구재 주문 실적은 6.2% 줄었다. 2년 만에 가장 큰 폭의 감소다. 주문이 줄어드니 생산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 자동차 주문은 5.4%, 항공기 주문은 4.7% 감소했다. 수송장비를 제외한 다른 내구재의 주문도 4.4% 줄었다.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폴 애시워스 이코노미스트는 “앞으로 미국 기업의 생산과 투자가 급격히 위축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발 금융위기의 여파로 중국도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실업률이 치솟고 있다. 27일 베이징 시내에서 한 구직자가 자신의 기술을 적은 팻말을 자전거에 내건 채 일자리를 찾고 있다. [베이징 AP=연합뉴스]


고용도 바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날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11월 셋째 주(11월 17~22일) 신규 실업수당 신청자 수는 52만9000명으로 나타났다. 최근 4주 평균치도 51만8000명으로 15년 만에 가장 많다.

이처럼 미국 경제가 위축되면서 중국도 수출 길이 막혀 타격을 받고 있다. 중국의 10월 철강생산은 17%나 줄었다. 중국철강협회는 9월에 23개 제철회사가 손실을 냈다고 발표했다. 중국 철강업은 수출과 내수 모두 고전하면서 위기에 몰렸다. 미국을 비롯한 세계 경제의 침체로 가전제품과 기계류의 수출이 줄면서 철강 수요가 줄어든 데다 중국 내 주택시장 침체로 내수도 부진하기 때문이다.

김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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