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쇠고기 싸다니 맛보려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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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대형마트가 1년여 만에 미국산 쇠고기를 다시 판매하기 시작했다. 주요 대형마트의 미국산 쇠고기 판매대 앞은 손님으로 북적였고, 일부 대형마트에서는 미국산 쇠고기 매출이 한우와 호주산을 앞지르기도 했다.

대형 할인점들이 미국산 쇠고기 판매를 개시한 27일 서울 용산 이마트점을 찾은 고객들이 쇠고기를 구입하고 있다.  [최승식 기자]


이날 서울 봉래동 롯데마트 서울역점의 정육코너는 오전 10시 개장하면서부터 미국산 쇠고기를 사려는 소비자가 끊이지 않았다. 평일 오전이어서 주로 50~70대 손님이 많았다. 척아이롤(1.4㎏, 2만원)과 찜갈비(2㎏, 3만7000원)를 산 한기권(73·서계동)씨는 “요즘 고기가 좀 비싸냐. 미국산 쇠고기가 싸다니까 맛보려고 샀다”고 말했다.

서울 한강로2가 이마트 용산역점의 미국산 쇠고기 판매대 앞도 중장년층 고객으로 북적였다. 정미경(61)씨는 “한우라고 해도 믿기지 않는다. 그럴 바엔 차라리 외국산을 싸게 먹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부(55)는 “요즘같이 어려운 때에 서민들은 쇠고기 먹기 어렵다. 대형마트에서 여러 나라 고기를 함께 취급하면 품질과 가격대가 다양해지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미국산 쇠고기의 인기는 싼 가격이 주요인이었다. 이마트에서 판매된 미국산 냉동 LA갈비(100g, 1880원)와 척아이롤(100g, 1380원)은 돼지고기 삼겹살(100g, 1800원)과 목살(100g, 1650원)과 비슷한 가격대였다.

하지만 안전문제를 걱정해 미국산 쇠고기 구입을 망설이는 소비자들도 있었다. 백옥순(71·화곡동)씨는 롯데마트에서 LA냉동 갈비를 한참 만져보다 돌아섰다. 그는 “가족들이 미국산 쇠고기는 안 먹겠다고 해서 사지 않았다. 솔직히 좀 불안하다”고 말했다. 여섯 살짜리 딸을 둔 김현수(38)씨는 “나는 수입 쇠고기를 먹어도 딸은 찜찜해서 못 먹이겠다. 한우는 비싸고, 호주산은 입맛에 안 맞고, 미국산은 불안해, 요즘 쇠고기를 통 안 먹게 된다”고 했다.

이날 오후 6시까지 롯데마트에서는 미국산 쇠고기 6t이 판매돼, 호주산(2.3t)과 한우(4t)를 앞섰다. 돼지고기는 12t이 팔려 정육 중 1위를 지켰다. 홈플러스에서도 미국산 쇠고기(11.5t)가 호주산(9.3t)과 한우(3.7t)보다 많이 팔렸다. 이마트에선 호주산이 16t 팔려 미국산(13t)을 앞질렀다. 한편 이날 서울 시내 일부 매장 앞에서 시민단체와 농민단체가 항의 집회를 벌였지만 큰 충돌은 없었다.

글=박현영 기자 , 사진=최승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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