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브이세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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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의식이 돌아와 부스스 눈을 뜬 옥정 아버지는 곧바로 무릎이 꿇린 자세로 니키 마우마우단원들 앞에서 재판을 받게 되었다.옥정은 방청객처럼 뒤쪽 벽에 멍하니 기대어 앉아 있었다.비트안은손전등을 켜지 않아도 새벽빛으로 제법 훤해져 있 었다. “이름은?” 기달이 짐짓 근엄한 목소리로 물었다.하지만 옥정아버지는 입을 꾹 다물고 아무 대답도 하지 않으려 했다.그러자용태가 바지 호주머니에서 잭 나이프를 꺼내어 옥정 아버지의 입을 찢어 놓을 듯이 칼날을 갖다댔다. “기 기,김 문포오.” 이름의 끝자는 제대로 들리지 않았다. “직업은?” 옥정 아버지 얼굴에 난감한 기색이 떠올랐다.머리에 통증이 몰려오는지 이맛살만 찌푸리고 있었다. “직업이 없어? 누구는 직업을 물으니 전직 대통령이라고 했다는 데 그런 거라도 없어?” “전직도 없고 현직도 없고 무직이다!” “전직 대통령 같은 소리 하고 있네.” “전직 대통령들을 모욕하지 마라.” “어쭈,충신났네,충신났어.야,옥정아,네아버지 뭐 하는 작자야?” “몰라.” 옥정이 울음을 터뜨릴 듯한목소리로 불쑥 내뱉었다. “좋아. 직업은 그리 중요하지 않으니까. 어떤 직업이든 너같이 못된 놈들은 있게 마련이지.언제부터 옥정이를 건드렸어?” “건드리다니?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옥정 아버지가 옥정을 돌아보고 기달을 쳐다보고 하며 비닐끈에 묶인 두 손을 치켜들었다. “솔직히 자백할 때까지 이 칼로 네 혀를 조금씩 자를테니 알아서 해.우린 옥정이한테 다 들었단 말이야.” 영태가 옥정 아버지 입에서 억지로 혀를 빼내어 가죽띠에 칼을 갈 듯이 칼날을혓바닥에 앞뒤로 문질렀다. “자백할테니 제발 이 칼은 치워.옥정이는 내 친딸이 아니야.” “그럼 의붓아버지야? 의붓아버지는 딸을 건드려도 된다는 거야,뭐야?” “의붓아버지도 아니다.양아버지다.옥정이를 고아원에서 열살때 입양시켰다.” “그럼 옥정이를 열살 때부터 건드렸다는 말이야?” “그런 건 아니다.” 글 조성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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