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훈씨 지휘 '아시아 필하모닉' 서울 창단공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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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1면

21세기에는 클래식 음악의 주도권이 아시아로 옮겨질 것이라는전망들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26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열린 아시아필하모닉의 창단공연은 이같은 예측을 몸으로 체험할 수 있었던 값진 기회였다. 근대사의 아픔을 공유한 동아시아 출신의 음악인들이 도쿄포럼 개관 기념음악제라는 우연한 계기로 한데 뭉쳤다.도쿄 공연에 이어 열린 서울공연에 모인 청중들이 아시아필하모닉에 대한 남다른애정을 보인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창단의 계기나 첫해 프로그램에 투입된 자본이 일본에서 비롯된점에 개의치 말자.또 1백명 단원중 70명이 일본인이라는 사실에도 신경을 쓰지 말자.시작이 반이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각기다른 오케스트라에 몸담아 온 연주자들이 짧은 준비기간에 이만한연주를 들려준 것만 해도 놀랍다.효과적인 연습방법을 터득한 정명훈이 아니었다면 불가능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창단공연의 의의는 그렇다 치더라도 말러의.교향곡 제5번'에 잔뜩 기대를 걸었던 청중들이 다소 실망감을 느낀 감도 없지 않았다.너무 짧은 연습기간 탓에 단원들이 지휘자의 의도대로 따라와 주지 못한 것은 아니었을까. 순간순간의 음향효과를 잘 이끌어내는 정명훈의 장점이 돋보이는이곡은 최근들어 일본인들이 좋아하는 레퍼토리지만 오케스트라 자체의 앙상블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다소 지루하고 자주 흐름이 끊어지기 쉽기 때문이다.무엇보다도 4악장을 시작할 때까지 계속된뒤늦은 입장객들은 외국 연주자들의 빈축을 샀고 악장 사이마다 3~5분 가량 지체되는 결과를 낳았다.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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