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신의주 경제특구 재시동 거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6면

남북 관계가 악화 일로를 걸으며 북한이 2002년 추진했다 무산됐던 신의주 경제특구 개발이 다시 관심을 끌고 있다. 북한이 남북 경협 차단의 대안으로 신의주 특구에 재시동을 걸 수 있다는 분석이 등장하면서다. 이기동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책임연구위원은 26일 “북한이 신의주 경제특구를 재추진하려 한다는 전언들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김용현 동국대 교수도 “북한은 특구의 실현 여부에 관계없이 이명박 정부에 대한 압박용으로라도 특구 카드를 계속 꺼내들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북한의 개성관광·남북철도운행 중단과 개성공단 출입 제한 조치를 닷새 앞둔 25일 도라산역에 북측 판문역을 오가는 화물열차가 정차해 있다. 56년 만에 연결된 이곳 경의 선은 채 1년을 채우지 못하고 중단될 상황을 맞고 있다. [파주=연합뉴스]


북한의 2002년 신의주 특구 개발은 경쟁 대상이 될 것을 우려한 중국 정부의 반대로 불씨가 꺼졌다.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한 2006년 이후에 북·중 관계가 악화돼 특구는 시야에서 사라졌다.

하지만 올 들어 상황이 달라졌다. 소원했던 북·중 관계는 이명박 정부가 등장한 뒤 북한이 대중 구애에 나서며 거의 회복됐다는 게 대다수 전문가의 평가다. 북한은 지난 3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중국 대사관을 전격 방문한 뒤 ‘티베트 분리주의 비난’ ‘하나의 중국 지지’ 등으로 대중 유화 행보를 이어왔다. 이상만 중앙대 교수는 “중국도 압록강 일대의 국경지대 개발안을 검토 중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남북 관계는 바닥이 안 보이는 상황이다. 김하중 통일부 장관은 이날 국회 외교통상위원회에서 북한이 개성공단 폐쇄를 단행할 가능성에 대해 “희박하지만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북한 전문가들은 단기간에 신의주 특구 개발이 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경제위기를 겪고 있는 중국이 대규모 투자에 나서기엔 아직 부담스럽고, 북핵 문제도 변수로 남아 있다. 이 위원과 김 교수는 “북핵 진전으로 북·미 관계가 급속 개선될 경우 중국은 대북 영향력 유지라는 정치적 차원에서 대북 경제 투자를 결심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조명철 대외경제정책연구원 통일국제협력팀장도 “중국은 북·중 관계 전반을 고려한 전략적 판단에 따라 대북 투자를 결론 낼 것”이라고 말했다.

◆개성 경협사무소 28일 철수=통일부 당국자는 북한이 폐쇄를 요구한 개성공단 내 남북경협협의사무소와 관련, “사무소의 정규 인력 6명, 용역업체 직원 3명 등을 28일 철수하는 계획을 북측에 통보했다”고 밝혔다.

채병건·정강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