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리포트>의원과 오리사냥 5천弗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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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스콧 크러그(공화.위스콘신)의원과의 주말 스키 패키지 3천달러”“공화의원들과의 캘리포니아 팜 스프링스 골프투어 5천달러”“존 딘젤(민주.미시간)의원과 함께 오리사냥을… 5천달러.”여행사의 관광상품 선전이 아니다.새 윤리규정 통과로 손발이 묶인 미국 의원들과 로비스트를 연결해주는 신종 로비수법이다. 지난 95년 가을회기부터 발효된 미 의회 의원들에 대한 윤리규정은 서슬 시퍼렇기로 이름높다.의원은 물론 보좌관들까지 식사.선물.골프여행등 어떤 종류의 향응도 대접받을 수 없도록 엄격히 규정하고 있다.그러나 아무리 규정이 빡빡해도 허점은 있게 마련이다.현행법에 따르면 의원들은 로비스트들로부터 전혀 돈을 받을 수 없다.그러나 정당의 정치활동 자금을 명목으로 한 헌금에는 제한이 없다.이른바.소프트 머니'다.골프나 스키투어에 참여하는 참가비 명목의 헌금은 모두 의 원이 아닌 소속정당에 대한 기부금 형식으로 처리된다.윤리규정의 사각지대를 이용한 교묘한 수법이다. 정당이 주관하는 갖가지 패키지에는 소속당의 영향력있는 중진들이 참여한다..고객'인 로비스트들은.상품'을 고르듯 만나고 싶은 의원들이 포함돼 있는 패키지에 참가하면서 회비명목의 정치헌금을 내는 것이다.물론 참여의원들은 비용을 자비로 부담,윤리규정 위배라는 말썽의 소지를 남기지 않는다. 공화당 의회선거운동본부가 마련한 캘리포니아 팜스프링스 골프투어의 회비는 5천달러 이상이다.공화당 소속의원 20명,로비스트는 1백명 이상이 등록한 것으로 알려졌다.민주당쪽에서 주최했던콜로라도주 베일의 스키여행엔 참가비가 3천달러다 .역시 민주당의 영향력있는 의원들과 로비스트도 40명 이상이 뒤섞여.친목'을 다졌다.민주당의 미식축구 슈퍼보울 관람 패키지엔 2천5백달러에 1백50여명이 참가했다. 정치개혁을 추구하는 시민단체등이 가만히 있을리 없다.“법망의맹점을 이용한 편법”이라고 목소리를 높인다.그러나 의원이나 로비스트들이.꿩먹고 알먹는'일을 마다할 까닭이 없다.공화.민주 양당은 “지극히 합법적인 정치행위”라는 설명뿐이 다. [워싱턴=김용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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