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시청료 받아 흥청망청 쓴 KBS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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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KBS의 방만한 경영실태가 감사원의 감사로 속속들이 드러났다. 인사.조직관리.시설투자 등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된 것이 없다. 국가 기간방송이라는 독점적.우월적 지위를 남용하여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식으로 흥청망청했을 뿐 공영방송의 내실화에는 눈감은 것이다.

구조조정으로 직원 수가 줄어들었지만 국장급.부장급이 오히려 늘어났다. 구조조정이 애꿎은 말단 직원만 잘라낸 숫자놀음이었다는 증거다. 1995년부터 8년에 걸쳐 1247억원을 쏟아부은 수원 드라마제작센터는 스튜디오 사용률이 8.7~41.1%에 불과하고 제작편집실은 4개 중 3개, 더빙실은 3개 중 2개를 아예 사용하지 않아 제작센터라는 이름이 무색하다. 개인연금 불입 지원 중단이라는 정부의 지침조차 노조와 합의가 이뤄지지 않는다고 수년째 무시한다. KBS 직원들에게 특별 격려금이나 주려고 시청자가 지겨움을 참아가며 2TV 광고를 보는 것은 아니다.

KBS의 구조적 개혁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내부의 잉여인력 정리를 개혁의 출발로 삼아야 한다. 지역방송국의 경우 다양성과 지방화라는 방송의 공공목표를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조정이 필요하다. 또한 멀티미디어센터 등 현재 추진 중인 대형 사업들을 재점검해 불필요한 계획들은 취소하고 현 시설을 충분히 보완.활용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동시에 광고료의 비율을 낮추는 대신 시청료의 비율을 높여 건전한 재정을 확보하는 계획이 나와야 한다.

경영 문제와 함께 공영방송의 편파성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시청료를 받으려면 시청자의 신뢰가 필수적인데 방만한 경영에다 편파방송 시비를 듣는다면 누가 시청료를 내고 싶겠는가. KBS는 편파 시비를 없애고 공영성을 높이는 데 힘을 다해야 한다.

감사원은 KBS에 대한 감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탓이라고 진단했다. 방송위원회는 KBS이사회 선임권을 지니고 있는 만큼 책임을 면키 어렵다. KBS이사회가 정치 입김에 휘둘리지 않도록 이사 선임에 관한 새 틀을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