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계 비정규직 처우 '태풍의 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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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21일 시작되는 금융노조와 은행연합회의 2004년 임금 및 단체교섭 협상을 앞두고 금융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금융노조 측이 올해 임단협에서 노조의 경영 참여와 비정규직의 처우 개선 문제를 전면에 내세울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협상은 앞으로 민간부문 전체의 비정규직 처리에도 시금석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은행권의 비정규직 처리방향은 오는 6월 말까지 노사정위원회가 내놓기로 한 보험설계사.학습지 교사 등 특수직 근로자에 대한 대책에도 영향을 줄 수 있어 보험업계도 긴장하고 있다.

◇팽팽하게 맞선 은행 노사=올해 임단협에선 노조가 사외이사와 감사위원을 1명씩 추천할 수 있게 해달라는 것과 비정규직 근로자의 임금 수준을 정규직의 85%까지 올려달라는 요구가 최대 이슈가 될 전망이다. 여기에다 올해 정규직 임금인상률 목표를 10.7%로 잡았다.

금융노조 관계자는 "비정규직을 전원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게 목표지만 이를 당장 실현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임금 수준을 높이는 데 주력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사측은 경영 참여 요구는 결코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일부 은행 경영진은 금융노조가 경영 참여를 요구할 경우 산별 단체협상에서 탈퇴하겠다는 강경한 태도다.

은행연합회 공성길 팀장은 "상당수 은행이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있거나 비정규직의 임금인상률을 정규직보다 높이는 등 처우를 개선하고 있다"며 "공공부문 비정규직 대책과 같은 일률적인 개선안은 내놓기 어렵다"고 말했다.

◇긴장하는 보험업계=보험설계사.학습지 교사 등 개인사업자 성격이 강한 특수직 근로자에 대한 대책은 비정규직 대책과 별도로 노사정위원회가 6월 말까지 내놓기로 한 바 있다.

보험업계는 보험설계사의 경우 그동안 법원 판례에서도 개인사업자로 인정됐기 때문에 보험설계사를 비정규직 노동자로 규정한 대책이 나올 가능성은 작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은행 비정규직의 처우가 크게 개선될 경우 보험설계사 조직의 동요가 커질 수 있어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정경민.김창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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