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대 총장 선거 확 달라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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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후보한테 밥이라도 한 그릇 얻어먹어야 하는데’. 이런 농담이 나올 정도로 깨끗하고 조용한 선거입니다.”

영남대가 다음달 9일 직선으로 총장을 뽑는다. 교직원 이모(49)씨는 최근 분위기를 이렇게 전한다. 선관위에서 건물 등에 붙인 토론회 공고문이 겨우 선거가 열리는 사실을 알릴 뿐이다. 교내에는 후보의 기호·이름 등을 적은 현수막이 붙어 있지 않다.

영남대 총장 선거에 출마한 후보들이 지난달 21일 매니페스토 서약식에서 정정당당한 운동을 약속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최순돈·황평·이용호·배성현·이효수 후보. [영남대 제공]


영남대 총장 선거가 예년과 달라졌다. 올해 처음으로 매니페스토(manifesto) 제도가 도입되고 선거 규정이 크게 바뀐 때문이다. 매니페스토는 후보자에게 실현 방안과 예산 운용 전략 등을 구체적으로 제시한 공약을 요구함으로써 사전 검증과 평가가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이뤄지도록 하는 제도다.

후보 5명은 이미 총장후보자선정위원회(이하 총선위)의 검증을 받았다. 총선위가 후보자로부터 공약의 우선 순위 등에 대한 자료 제출과 진술 청취, 이력·연구업적,인격·품성 등에 대해 검증한 뒤 총장으로서 결격 사유가 없다며 후보로 인정한 것이다. 이전에는 이런 과정이 없었다. 후보들도 흑색선전이나 향응 않기 등 정정당당한 선거를 약속했다.


선거 규정 강화도 달라진 분위기에 한몫하고 있다. 올해 처음으로 공탁금 제도가 도입돼 후보들은 1000만원씩 냈다. 이 돈은 10% 미만 득표(유권자 750여 명) 때는 찾아갈 수 없다. 이전에는 공탁금 없이 누구나 등록할 수 있어 후보가 7~8명씩 난립했다.

또 교내에 현수막을 붙이지 못하고 공약·이력 등을 적은 홍보 자료만 유권자에게 보낼 수 있다. 유권자들은 “강화된 규정을 후보들이 잘 지키고 있어 분위기가 조용하다”고 입을 모았다. 대신 개인이나 교수회 인터넷 홍페이지, 휴대전화 문자메시지, 학교 공식 e메일을 이용한 선거운동이 도입되는 등 사이버 선거운동은 자유로워졌다. 공공연하게 나돌던 ‘학연 ’ 얘기는 쑥 들어갔다. 학연에 따른 줄서기와 잡음을 찾아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모 후보는 “교직원·교수의 출신학교가 몇년 사이 다양해져 v 얘기했다가는 오히려 표가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황선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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