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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는 유대인의 도구에 불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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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이에 대해 침묵을 지켜 오던 알카에다가 오바마 당선 보름 만에 포문을 연 것이다. 시사주간지 뉴스위크 등 미 언론은 “알카에다가 원색적으로 오바마를 공격하고 나선 것은 테러집단의 전형적인 ‘증오 전략’”이라며 “이를 통해 오바마 당선인에 대한 ‘길들이기’에 나선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알카에다가 오바마와 맬컴 X를 극단적으로 대비시켜 미국 내 인종적·종교적 분열을 부추기고 미국 밖 이슬람 세계의 반 오바마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전술을 개시했다”고 지적했다.

◆오바마 당선은 알카에다에 악몽=대 중동 강경파인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이 재임해온 지난 8년간은 알카에다에게 더 없는 성장기회를 제공해줬다. 친 이스라엘 성향의 네오콘이 주도한 이라크전으로 서방에 대한 이슬람권의 원한이 깊어지면서 알카에다는 조직을 계속 확대할 수 있었고 ‘지하드(대 서방 성전)’ 주도세력 지위를 확고히 했다. 그러나 이라크전 종식을 공약으로 내건 오바마의 당선으로 알카에다는 위기에 빠졌다. 자신들의 존재 기반인 이슬람권의 반미감정은 줄어들고, 조직 내 강온파 간의 분열 가능성은 커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오바마가 불량국가인 이란과는 ‘조건 없는 대화’를 공약하면서 알카에다에 대해선 축출을 다짐한 점도 알카에다를 격분시켰다.

뉴스위크는 “알카에다는 오바마에 맞서 미국 정치학자 새뮤얼 헌팅턴의 ‘문명 충돌론’을 교묘히 이용해 서방과 이슬람을 극단적인 적으로 몰고 가면서 기반을 유지하려는 의도”라고 지적했다. 알카에다는 2004년 미국 대선에도 이 같은 ‘증오 전략’을 쓴 바 있다. 당시 알카에다 지도자 오사마 빈 라덴은 대선 직전 테러를 암시하는 동영상을 공개해 미국인들에게 공포감을 안겨줬다. 이로 인해 대 중동 강경파 부시 대통령이 온건파 존 케리 민주당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다.

◆이슬람 세계에도 메시지=오바마의 가운데 이름에 ‘후세인’이 들어가 있고, 핍박받은 소수인종 출신이란 점에서 온건 이슬람 국가들에선 오바마를 ‘형제’로 간주하는 움직임이 늘고 있다고 잡지는 밝혔다. 그러자 알카에다는 이번 메시지를 통해 “오마바는 이슬람이 아니다”고 못박아 미국과 온건 이슬람 세력 간의 화해 조짐을 차단하려는 의도를 드러냈다는 것이다. 그러나 오바마는 집권하면 이 같은 협박을 일축하고 아프가니스탄에서 알카에다 축출작전을 구체화할 것으로 관측된다. 또 자신의 당선으로 미국은 소수인종과 종교를 포용하는 열린 사회라는 점이 입증됐다고 강조하면서 이슬람권과의 대화를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강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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