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어처구니 없는 무기수 탈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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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졌다.강도살인죄로 무기징역을 받고 복역중인 죄수가 탈옥했다.탈주로가 바로 망루초소 지척의 교회 신축공사판을 뛰어넘어간 것으로 추정된다.도대체 순시조는 뭘했고,망루는 왜 세워진 것인지 상식으로는 설명될 수 없는 교정체계의 큰 구멍이 드러난 것이다.이게 부산교도소 한 곳만의 구멍일까.우리 사회 전반에 걸친 나사풀린 현상이 아닐까 하는 우려로 이어진다.
이번의 경우 탈주방식이 너무나 원시적이다.환기통을 타고 나와공사판 밑으로 들어가 쇠파이프를 딛고 바로 교도소담장을 넘었다면 이는 누구나 마음먹으면 할 수 있는,너무나 허술한 감시체계다.교정체계란 교화와 감시의 두 체계로 돼 있다 .감시체계가 이토록 허술하다는 것은 교도소 전체의 관리체계가 그만큼 허술함을 입증하는 것이다.또 내부공모자가 없고서도 과연 초소 지척의담을 넘을 수 있었을까 하는 의심도 든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최근 연이어 터지는 군과 경찰,그리고 교도소의 나사풀린 현상이다.소령 계급장 하나 붙이고 아무 부대나들어가 무기를 달라면 선뜻 내주는 허술한 부대의 관리체계나,낮이면 경찰복을 입고 밤이면 강도가 되는 경찰 내 부의 어처구니없는 구멍이나,이번 무기수 탈출 그 모두가 이 사회의 나사풀린현상을 말해주는 것이 아닌가.
군.경찰.교도소,이 모두가 법과 질서.명령체계를 중시하는 조직체계다.법.질서.감시체계의 모범을 보여야 할 조직이 이토록 허술하다면 이 사회의 법과 질서는 어디로 갈 것인지 실로 암담한 생각이 들 뿐이다.
가짜장교를 잡기 위해 그토록 수선을 떨었지만 지금껏 오리무중이다.이번 탈옥수검거에 수사당국이 늑장을 부린다면 공권력의 신뢰는 땅에 떨어지고 말 것이다.철저한 수사와 아울러 다른 교도소는 괜찮은지 차제에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식이나 마 철저한 검증이라도 제대로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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