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손실 미안” 투자자문사 대표 자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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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주가 급락으로 투자 손실을 비관한 사설 투자자문사 대표가 숨진 채 발견됐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20일 사설투자자문사 새빛에셋 대표 최성국(55)씨가 19일 오후 4시55분쯤 강남구 청담동 E호텔 객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고 밝혔다.

경찰은 객실에서 빈 양주병과 수면제 통, 20여 장에 이르는 유서가 발견돼 최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최씨는 가족 및 자신에게 돈을 맡긴 20여 명의 투자자에게 일일이 미안하다는 편지를 남겼다.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사태로 자금 압박을 받아 왔다. 원금이라도 건지려고 애썼는데 정말 미안하다. 죽음으로써 빚을 갚겠다”는 내용이다.

인하대 전자공학과 73학번인 최씨는 2000년에 동문 선후배를 주축으로 67억원의 기금을 조성해 새빛에셋을 설립했다. 모교 후배들이 운영하는 벤처기업을 지원하기 위해서였다.

2001년 새빛에셋은 벤처 투자에서 종합자산관리회사로 확대해 선물·옵션 투자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회사로 변신했다. 새빛에셋은 자산운용협회에 공식 등록되지 않은 사설 투자자문사로 지인들을 주요 고객으로 삼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씨는 매년 10억원씩 선물·옵션에 투자해 지난 4년간 수익률이 연평균 300%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씨는 평소 ‘1억원을 벌면 5000만원은 사회에 환원한다’는 경영철학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1990년대 초반부터 충남 홍성의 출신 초등학교에 장학금 등의 명목으로 기부활동을 시작했다.

최씨는 출신 대학의 후배 양성에도 힘썼다. 2000년 이후 모교 대학에 기부한 돈만 12억3000만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은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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