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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OB맥주 인수 추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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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롯데가 OB맥주 인수를 모색하고 있다.

롯데 관계자는 “인수 자문을 맡을 투자은행 선정 작업에 들어갔다”고 20일 밝혔다. 그는 “OB맥주 쪽에서 인수 의향을 타진해 올 때를 대비한 것이지 주도적으로 인수를 추진하는 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롯데 실무팀은 자문사 선정 등과 관련한 내용을 조만간 신격호 회장과 신동빈 부회장에게 보고한다. 인수 문제를 챙길 주체는 롯데칠성이 될 전망이다.

롯데는 두어 달 동안 계열사를 통해 1조원 가까운 현금을 확보했다. 우량기업이 매물로 나올 경우 적극적으로 인수합병(M&A)을 시도할 것이란 관측도 나왔다.

그러던 중 벨기에에 본사를 둔 인베브가 OB맥주를 팔 움직임을 보이자 인사자문사 물색 등 M&A 채비를 하기 시작한 것. 인베브가 최근 미국의 버드와이저 맥주 제조사인 안호이저부시를 520억 달러에 인수하면서 여기에 집중하기 위해 아시아 쪽 사업을 접을지 모른다는 예상이 나왔다.

외신들은 9월 ‘인베브가 OB맥주를 20억 달러에 매각하기로 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인수전에 뛰어들 곳으로는 일본의 기린홀딩스와 아사히맥주가 유력하게 지목됐다. 롯데 역시 이 과정에서 이름이 거명됐다. 롯데 홍보실은 “계열사들이 준비한 자금은 각 회사의 운영자금으로 쓰일 예정이다. OB맥주에서 인수와 관련한 제의가 오지 않았다. 정해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밝혔다.

주류업계에선 롯데가 국내 최대 사모투자펀드(PEF)인 MBK와 한국금융지주 계열의 코너스톤 등 몇몇 사모펀드와 협력해 OB맥주 인수를 시도할 것이란 전망이 계속 흘러나왔다. MBK펀드는 최근 주류와 음료 포장재 생산을 주로 하는 두산 테크팩BG를 4000억원에 인수했다. 코너스톤펀드는 부산 지역을 영업 기반으로 하는 소주업체 대선주조 지분을 확보해 놨다.

롯데가 OB맥주를 인수하면 국내 주류업계의 지각변동을 초래한다. 롯데가 하이트-진로 그룹에 버금가는 시장 지배력을 갖게 되는 것. 하이트-진로는 국내 맥주시장의 58%, 소주시장의 50% 이상을 점한다. 롯데는 계열사인 롯데칠성과 롯데아사히주류를 통해 위스키·맥주·와인·증류주 사업을 하고 있다.

특히 롯데의 유통망과 OB맥주의 브랜드력이 결합되면 큰 시너지 효과도 기대된다. OB는 카스·OB블루·카프리 등을 만들어 판다. 지난해 매출 1조3000억원에 영업이익 1439억원을 기록했다. 국내 맥주시장 점유율은 40%.

두산 소유의 OB맥주는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인베브에 매각됐다. 인베브가 2006년까지 지분을 모두 사들이는 데 쓴 투자금액은 8100억원이다.

문병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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