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韓·美동맹 발전적 모델을 모색할 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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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주한미군 감축이 현실화함으로써 여러 불협화음이 제기되고 있다. 감축에 불안을 느끼는 쪽은 왜 미군의 감축사실을 몰랐느냐는 추궁과 함께 어떻게 해서든지 붙잡았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반면 정부 쪽에서는 "이미 감축 사실을 통보받았다"면서도 왜 이를 미리 국민에게 알리지 않았는지에 대해서는 말이 없다. 주한미군 감축 이후의 대책에 대해서도 시원한 설명이 없다. 우리의 논의와는 관계 없이 미국은 자신들의 세계전략 구도하에서 주한미군의 위상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따라서 지금은 우리 내부의 논의 초점을 바꿔야 할 시점이다. 주한미군이 무조건 과거와 같은 수준이나 형태가 될 수는 없다. 우리가 붙잡는다고 미국이 우리 뜻대로 머물러 주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갈 테면 가라"고 무책임하게 방치할 수도 없다. 국가 존립을 결정하는 안보문제를 그렇게 다룰 수는 없다. 지금 우리가 논의해야 할 문제는 미국의 세계전략 변화에 따른 주한미군의 위상 변화를 우리의 국익에 부합하도록 미국과 함께 논의하는 것이다. 새로운 형태의 주한미군 위상을 서로 협의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한.미동맹의 발전적 변화라는 근본문제부터 다뤄나가야 한다.

따라서 몇천명이 빠지고 들어오는 것에 민감하게 반응할 게 아니라 보다 장기적인 차원에서 양국의 이해가 맞아떨어지는 새로운 형태의 주한미군의 위상은 무엇이며, 한.미동맹은 무엇인가에 대한 공론화 작업이 시작돼야 한다. 한.미 방위조약은 이미 50년이라는 세월을 겪었다. 양쪽 모두 50년 전과는 매우 다른 상황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주한미군에 대해 대북 억지력에 기대면서도 '불균등한 한.미동맹을 재조정해야 한다'는 이율배반적 주장으로는 동맹관계를 유지할 수 없다. 먼저 정부가 변화된 새 시대에 맞게 주한미군의 위상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감축 병력 수에 일희일비할 시기는 이미 지났다. 강대국에 둘러싸인 우리에게 주한미군이 어떤 위상을 가져야 국익에 최상의 도움이 될 것인지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끌어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