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 이라크 차출] 주한미군 앞날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4면

주한 미군의 이라크 차출이 공식화되면서 주한미군 감축 협상도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미 양국은 당초 이르면 올 연말 미국 대선이 끝나고 난 뒤 내년께에나 주한 미군 감축에 대한 본격 논의에 들어갈 계획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라크 전황 악화로 주한 미군이 이라크로 전격 차출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정부 당국자는 "기왕 주한 미군이 움직이기 시작한 이상 감축 논의를 더 이상 늦추기 어려워졌다는 게 한.미 양국의 공통된 인식"이라고 전했다. 이에 따라 늦어도 올 가을부터는 감축 논의가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일각에서는 6월 초에 열릴 한.미 미래동맹 정책구상회의(FOTA)에서 이 문제가 거론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주한 미군 감축 계획은 미국이 추진 중인 해외 주둔 미군 재배치 계획(GPR)의 일환으로 이뤄지는 것"이라고 밝혔다.

한.미 양국 간의 개별적 사안이라기보다는 전 세계적인 미군 재배치 차원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와 관련, 미국은 지난해 여러 비공식 채널을 통해 우리 정부에 주한미군 감축 의사를 전달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북핵 사태와 이라크 전쟁 등으로 인해 본격 논의는 이뤄지지 않았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정부 당국자는 "FOTA 회의 등 공식적인 협상 테이블에서는 아직 주한 미군 감축 문제를 논의한 바 없다"고 밝혔다. 이 당국자는 "다만 언젠가는 그런 상황이 올 것이란 판단 아래 내부적으로는 여러 가능성에 대비해오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처도 19일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GPR를 공식 발표하고, 전 세계 미군의 재조정을 검토하고 있음을 밝힌 뒤로 우리 정부는 미국이 관련 사항에 대한 협의를 우리 측에 요청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늘 대비해 왔다"고 밝혔다. 미국 정부가 조만간 주한 미군 감축 문제를 공식적으로 제기할 경우 우리 정부도 적극적으로 협상에 임할 방침이란 설명이다. 결국 향후 초점은 감축 규모에 모일 전망이다.

미국은 현 3만7000명에서 1만~1만5000명을 줄인다는 방침을 세워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감축 규모는 앞으로 한.미 양국이 긴밀히 조정해갈 사안"이라며 "어떠한 경우에도 한반도 전체 방어능력을 유지해야 한다는 게 우리 정부의 확고한 방침"이라고 말했다.

박신홍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