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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명가 대통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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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미국의 16대 대통령 에이브러햄 링컨은 발명가라고 할 수 있다. 그에겐 미국 특허가 있다. 그가 발명한 것은 화물선의 부력실이다. 당시엔 육상교통이 나빴으므로 화물은 주로 강을 통해 유통됐다. 그런데 배가 얕은 곳을 지날 때면 바닥에 걸리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링컨은 뱃머리 양쪽에 수축과 팽창을 하는 방을 두도록 했다. 배가 얕은 곳에 이르면 이 부력실을 팽창시켜 배를 더 띄우게끔 한 것이다.

미 독립선언문을 쓴 3대 대통령 토머스 제퍼슨도 발명에 일가견이 있었다. 그는 '덤 웨이터'(Dumb Waiter.소하물 이동 리프트) 창안자다. 아래층 주방에서 위층에 음식 등을 날라주는, 당시로선 수동인 리프트를 개발한 것이다. 그가 설계한 버지니아주 사저 '몬티첼로'(Monticello.작은 언덕)엔 이 시설이 갖춰져 있었다고 한다.

어제는 발명의 날이었다. 그에 맞춰 청와대 홈페이지엔 '대통령은 발명가'라는 청와대 대변인의 글이 떴다. 거기에 소개된 노무현 대통령의 발명품은 ▶독서대 ▶인명데이터 프로그램 '노하우 2000'▶감 따는 장치 등 세가지다. 독서대는 잘 알려진 대로 30년 전 盧대통령이 고시공부를 할 때 만들어 특허를 받은 것이다. "책을 여러 형태의 각도로 놓게 돼 있어 어떤 자세로도 편하게 볼 수 있다"는 게 윤태영 대변인의 설명이다. '노하우 2000'은 盧대통령이 14대 총선에서 낙선한 뒤 차린 연구소의 회원 관리를 위해 고안한 것이다. 감 따는 장치는 청와대 경내의 감을 쉽게 따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尹대변인은 "대통령의 무궁무진한 발상엔 끝이 없고, 열정도 도저히 따라갈 수 없다"고 했다. "언제 어디서나 사물을 관찰하면서 이치를 깊이 생각한 끝에 생각을 현실로 옮기는 것을 보면 영락없는 발명가의 모습"이라고도 했다.

그래서 복귀한 盧대통령에게 '새로운 발명'을 기대해 본다. 무슨 물건을 만들라는 뜻이 아니다.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통치의 발명'을 하라는 것이다. 이젠 국정운영의 이치를 더 깊이 생각했으면 한다. 그래서 모든 발상과 열정을 경제.안보불안 해소와 국민의 삶의 질 향상과 국력증강에 집중하길 바란다. 제퍼슨과 링컨이 선진 미국의 기초를 닦은 것은 발명의 지혜를 국정운영에도 잘 활용했기 때문일 것이다.

이상일 정치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