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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디오파일>"데니스는 통화중""걸식스""싸일런트나잇"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3면

요즘 세상은 전화로 30,40분이상 별 수다를 다 떨다가“만나서 자세한 얘기하자”며 전화를 끊는다.오늘 아침 반찬이 무엇이었는지에서부터 속끓는 짝사랑 고민까지 전화선상에 삶이 녹아들어간다.한 달,1년이 훌쩍 지나가고 편지는 커녕 연중행사인 연하장도 못보내고는 삐삐나 팩스로“우리 얼굴 좀 보고 살자”는 메시지를 남기는 현대인.꼭 바빠서라고 할수 있을까.
얼굴 맞대는게 썩 내키지 않고 만나봐야 어색하기만 하지만 전화로는 편안하게 온갖 이야기를 다할 수 있는 현대인의 심리를 어쩌면 이리 잘 관찰하고 표현해 냈을까 싶은 영화가 핼 샐원 감독의.데니스는 통화중'(SKC)이다.
7명의 여피족이 친구의 소개에서부터 죽음,출산까지를 전화.컴퓨터.팩스로만 주고 받는 기발한 아이디어의 소품이다.처음부터 끝까지 전화통만 붙들고 있는 영화지만 유머 감각이 빼어난 탄탄한 각본과 편집의 정성이 돋보인다.음악까지 좋아“ 내 얘기군”하는 뭉클한 감동을 안고 깔깔거릴수 있다.적은 돈으로 최대의 효과를 낸 메시지 풍부한 영화.절대 놓치지 마시길.
가슴을 보여달라는 감독의 요구를 거절해 오디션에서 떨어지는 흑인 아가씨가 미지의 고객에게 전화를 통해 성적 흥분을 전하는폰 섹스 걸 6번이 된다.
스파이크 리의 .걸 식스'(CIC)는 전화 뒤에 숨어 목소리연기로 자신의 꿈을 값싼 욕망에 희생시키는 현대인의 한 단면을보여준다.
제목과 재킷 사진 때문에 야한 영화로 오해해 신나게 빌려가는고객들은 보고나면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 것이다.
또 하나.세 젊은이의 질식할듯 출구없는 관계를 그린 젊은 독일 감독 데니 레비의.싸일런트 나잇'(스타맥스).크리스마스 이브.줄리아는 애인 크리스탄의 전화를 받는다.사랑을 호소하는 그의 전화를 붙들고서도 다른 남자 프랭크의 육체를 동시에 받아들이는 줄리아.순전히 육체적인 접근 아니면 전화를 통한 고백만이현대 젊은이의 사랑법인가 싶어 우울해진다.이 참을 수없는 전화의 가벼움! 〈비디오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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