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도시 주택 무섭게 팔려나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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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 비투기과열지구인 지방 중소도시 아파트 분양시장이 달아오른다. 지난달 말 2순위에서 마감된데 이어 계약 시작한 지 열흘만에 모두 팔린 경남 LG진해자이 청약현장.

서울.수도권 '흐림', 중.남부 중소도시 '맑음'. 최근 아파트분양시장의 기상도다. 서울.수도권은 일부 인기단지를 제외하곤 대부분 미분양으로 골치를 앓는 반면 비투기과열지구인 지방 중소도시에선 무섭게 팔려나간다. 이는 분양권 전매가 가능하기 때문으로, 일부 지역에는 떴다방(이동식중개업자)까지 몰려든다. 이에 따라 주택업체는 앞다퉈 지방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투기과열지구가 가른 명암=지난해 10.29 대책 이후 투기과열지구인 서울.수도권 분양시장에 불어닥친 찬바람이 여전하다. 오히려 냉기가 더하는 분위기다. 올해 말 수도권 전철개통 등으로 지난해 많은 관심을 끈 경기도 평택에 최근 분양된 우림건설의 2개 아파트는 3순위에서 간신히 모집 가구수를 채웠다. 가족레저용자동차 등 경품까지 내걸었지만 결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경기도 양주에 3차로 분양된 LG양주자이는 1~2순위에서 높은 경쟁률로 마감된 지난해 1, 2차 때와 달리 지난 8일 가구수의 30% 이상이 순위 내에서 미달돼 선착순 분양 중이다. 지난 12일 끝난 서울 동시분양도 1순위 경쟁률에선 지난해 10.29대책 전과 비슷했으나 대부분의 단지가 청약 기근을 겪었다. 반면 지난해 11월 투기과열지구의 전국적 확대 낙진을 피한 지방 중소도시의 분양시장은 딴 판이다. 경남 함안군 오곡리에 분양된 LG메트로자이는 함안과 인근 지역에서 청약자가 몰려 3순위 청약 첫날인 지난 18일 대부분의 평형에서 청약을 끝냈다. 지난달 초 경남 김해시 북부지구에 분양된 대우푸르지오(1098가구)는 1, 2순위 청약통장 가입자 셋 중 한 명이 신청해 대부분 2순위에서 마감되고 한달만에 모두 팔렸다.

SK건설이 이달 초 충남 보령시에서 분양한 아파트는 순위 내에서 평균 12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지방 분양현장엔 떴다방이 진을 치고 분양권 전매도 활발하다. 지난 3월 말 충남 공주에 나온 현대홈타운5차(306가구)의 분양권 중 3분의 1이 넘는 110여건이 한 달 새 거래됐다. 세중코리아 김학권 사장은 "지난 3월 이후 수도권이 다소 살아나는 조짐을 보였으나 주택거래신고제 등으로 기존 주택시장이 얼어붙으면서 다시 침체됐다"며 "하지만 지방은 실수요 이외에 가수요까지 가세해 활기를 띤다"고 말했다.

◆업체,지방분양에 주력=업체들의 시선도 자연 지방으로 쏠린다. 지방 곳곳에서 청약열기가 느껴지기 때문에 분양을 서두른다. 지난해 중소도시 분양물량이 전혀 없었던 LG건설은 올해 경남과 전북지역에 모두 4500여가구를 분양키로 했다. 올해 사업계획의 25%나 된다.

지방물량을 지난해 14%에서 올해 40%로 크게 늘린 대우건설도 김해지역의 분양 순항을 진해와 사천 등으로 이어가기 위해 전략을 짜고 있다.

포스코건설과 대림산업.현대산업개발 등은 춘천.원주 등 강원도에서 분양에 나서 다음달까지 5000여가구를 내놓는다. LG건설 윤경성 상무는 "브랜드 인지도가 높고 입지여건이 좋다면 지방 분양에 별 어려움이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안장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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