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베르트음악세계>4.예술가곡 "마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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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가곡의 왕'슈베르트가 남긴 가곡중 국내에 널리 알려진 작품은.보리수'.송어'.자장가'.그러나 그가 작품번호 1번을 부여할 정도로 심혈을 기울였고 결국 그의 출세작이 된 가곡.마왕'은 동요나 민요의 분위기와는 거리가 멀다.
괴테의 시에 곡을 붙인.마왕'은 1815년 그가 18세 되던해 작곡,6년후에 출판됐다.낱장악보 형식으로 출판된 그의 가곡시리즈의 첫 작품이기도 하다.출판이 늦어진 것은 당시 피아노 반주의 테크닉이 도저히 연주할 수 없을 정도로 어렵다고 생각했기 때문.그러나 이 곡은 출판 직후 불티나게 팔려나갔고 슈베르트 사후에도 슈베르트의 걸작으로 손꼽힌다.
괴테가 무명 작곡가 슈베르트가 보낸 악보중 맨처음 호감을 보인 것도 이.마왕'이었다.슈베르트는 괴테가 표현한 민요풍의 소박함과 단순함을 환상적인 드라마와 함께 천둥.폭풍우.번개와 같은 낭만적인 혼돈으로 묘사했다.
피아노 반주가 단순히 성악의 부수적 역할에 머물러야 한다는 괴테의 생각과는 달리 슈베르트는 가곡을 성악과 피아노의 2중주차원으로 승화시켰다.시작부분의 빠른 셋잇단음표의 리듬은 밤안개가 자욱한 들길을 달리는 말발굽 소리와 휘몰아치 는 바람을 묘사한다.전통적으로 바리톤이 폭넓은 음역을 오가면서 부르는 이 곡은 성악가가 내레이터.아버지.아들.마왕 역할과 목소리를 내는1인 4역의 드라마다.마왕은 독일전설에서 어린이에게 재앙과 불행을 가져오는 귀신으로 알려져 있다 .집에 도착했을 때 아들은아버지의 품안에서 숨을 거두고 만다.
당시 베를리오즈와 리스트가 앞다퉈 이 곡을 관현악 반주의 독창을 위해 편곡한 것을 보면 이 곡의 인기도를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또 에른스트는 이 곡을 무반주 바이올린 독주를 위해 편곡하기도 했다.
특히 리스트는 연주여행을 하면서 슈베르트의 고향인 빈에 도착하자마자 청중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슈베르트 편곡을 마구 쏟아냈다.그가 피아노 독주로 편곡한 슈베르트의 가곡은.마왕'을 비롯해 모두 38곡에 달한다.그중 가장 인기를 얻었 던 곡은 물론.마왕'이었다.
리스트의 편곡 연주 덕분에 슈베르트의 명성은 유럽 전역에 알려졌고 성악 선율과 피아노 반주를 하나의 악기로 포함시켜 피아노 테크닉의 일대 혁신을 가져왔다.원곡의 음표 하나도 빠뜨리지않은 이 편곡은 피아 니스트에게 체력의 한계에 도전하게 하는 난곡.안톤 루빈슈타인도 이 곡을 즐겨 연주했는데 연주가 끝나고무대를 나설 때면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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