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방전·후 전주 역사 텅 빈 공간을 채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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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해방 전·후의 전주지역 역사는 텅 비어 있다시피 합니다. 그 진공의 공간을 채운 것에 보람이 느낍니다.”

『격동시대 구술실록(1945~60)』을 발간한 전주문화재단 장명수(전 전북대총장)이사장은 “8·15 해방부터 6·25 한국전쟁까지 우리민족의 운명을 결정짓는 역사적 소용돌이가 많았음에도 실제 주민들의 삶을 엿볼수 있는 지방사(地方史)는 전무하다”고 말했다. 이 책은 『전주 근대생활 조명100년』시리즈로 지난해 발간한 『일제 식민시대 구술실록(1907~45)』에 이어 두번째로 나왔다.

격동시대 구술실록을 펴낸 전주문화재단 장명수 이사장(中)과 이태호 연구실장, 김창주 연구원 [전주문화재단 제공]


700여 쪽의 책에는 해방 직후의 혼란과 좌·우익 세력간의 갈등, 빨치산의 입산과 유격투쟁, 한국전쟁으로 인한 주민피해와 참상 등이 적나라 하게 실려 있다.  

직접 발로 뛰며 증언자들을 일일이 만나고 구술을 받아낸 뒤 집필, 편집 작업까지 도맡아 진행한 장 이사장은 “책이 나오기까지 산고가 많았다”고 털어놨다.

우선 당시를 회상하고 증언할 생존자 발굴에 어려움이 컸다. 해방이나 한국전쟁에 대한 기억을 가진 사람의 나이는 당시 10~20대, 현재 70~80대에 이른다. 게다가 주요 역사의 현장을 직접 본 목격자를 찾는 작업은 더욱 어려웠다. 어렵사리 목격자를 발견해도 노환으로 기억이 녹슬거나 와병중인 경우가 많았다.

또 생존자를 만나도 증언을 기피하거나 꺼리는 경우가 태반이었다. “가슴에 묻고 가겠다” “괴로운 기억을 꺼내기 싫다”며 입 열기를 거부하기 일쑤였다. 때문에 “과거 10년전 이었으면 경직된 사회적 분위기 탓에 쉽지 않고,앞으로 10년후면 증언자가 없어 어려웠을 작업”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장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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