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다시 1400원 넘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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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원-달러 환율이 다시 1400원 선을 넘어섰다. 17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지난 주말보다 9.8원 오른 1409.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달 28일 1460원대까지 치솟다 한·미 통화 스와프 체결 소식에 1200원대까지 하락했으나 최근 닷새 연속 상승했다.

은행 대외채무 지급 보증과 한·미 통화 스와프 체결, 정부의 달러 공급에도 환율이 안정되지 않는 것은 무엇보다 외국인 자금의 이탈 때문이다. 외국인들이 국내 주식과 채권에 투자된 자금을 빼내 이를 달러로 바꿔 나가면서 환율이 뛰고 있는 것이다. 특히 전 세계 동반 경기침체가 가시화되면서 주식 등 위험자산을 팔고 현금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뚜렷해지고 있다. 외국인들은 이날도 국내 주식을 1000억원 이상 순매도했다.

LG경제연구원 배민근 선임연구원은 “통화 스와프 체결로 국내 외화자금 부족 우려는 잦아들었지만, 기업· 은행의 구조조정 등 경제 전반의 문제가 남아 발목을 잡고 있다”고 말했다.

외국계의 이탈은 연말 투자결산인 ‘북클로징’ 시점이 다가오며 더 심해지는 양상이다. 한 해 동안 투자를 해서 얼마나 벌었는지, 혹은 잃었는지를 확정해야 할 시기에 굳이 위험을 감수하고 적극적인 투자에 나설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여기에 외환시장의 체력이 크게 떨어졌다는 점도 환율을 끌어올리는 요인이다.

다만 한·미 통화 스와프 체결 이전의 패닉 상태는 나타나고 있지 않다는 점은 희망적이다. 외환은행 김두현 차장은 “얼마 전만 해도 수출업체는 달러를 쥐고 있으려고 하고, 수입업체는 달러를 사들이려고만 해 수급이 꼬였지만 그런 현상은 눈에 띄게 줄었다”고 말했다.

조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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