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선수의 결혼과 경기 성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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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프로야구 선수에게 결혼은 때때로 마법과도 같은 힘을 발휘한다. 뚜렷한 성적을 내지 못하던 선수들이 자기 짝을 찾고 난뒤 힘을 발휘하는가 하면 생애 최고의 성적을 결혼한 이듬해 거두기도 한다.
김정수(해태)는 아예 .야구계의 온달장군'으로 불릴 정도.
반항적인 성격에 생활마저 안정되지 않아 제실력을 발휘하지 못했던 김은 91년 10월27일 결혼식을 올린뒤 달라졌다.
92년 처음으로 10승을 넘어 14승까지 거두는등 변신에 성공한 것..평강공주'와 살기 전인 91년 김의 성적은 6승3패2세이브였다.
훈련생 신화를 일궈낸 한용덕(한화)도 결혼으로 마력을 얻었다. 한은 89년 2승2패1세이브에 불과한 성적을 거뒀으나 그해12월24일 결혼한후 90년에 13승을 거두며 꽃을 피웠다.
이강돈(한화)은 결혼 뒤인 90년 자신의 생애통산 최고타율(0.335)을 기록했고 공필성(롯데)도 결혼 이듬해인 93년부터 비로소 확실한 주전으로 자리잡으며.움직이는 화약고'라는 불미스런 별명을 떼어버릴 수 있었다.
LG 김태원은 90년 18승5패를 거둔뒤 93년까지 승수가 패수를 넘지 못했으나 결혼한 다음인 94년 16승5패를 기록하며 멋지게 재기했다.부상에 신음하던 정명원(현대)이 4승2패40세이브로 부활한 94년도 결혼한 다음해였다.
그러나 결혼 다음시즌이 항상 .성공'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오히려 결혼후 죽을 쑤는 경우도 허다하다.
최고의 성적을 거두고 넘치는 축복속에 결혼했으나 전시즌 무리한 결과 후유증으로 성적이 급락하는 경우다.
송진우(한화)는 92년 19승17세이브로 다승과 구원부문을 휩쓸고 그해 11월22일 결혼식까지 올려 생애 최고의 해를 맞았지만 이듬해 7승7패8세이브밖에 거두지 못했다.
롯데 윤학길도 89년 16승11패를 거둔뒤 90년 1월 화려한 결혼식을 올렸으나 그해 3승12패라는 최악의 성적을 남겨 부인을 몸둘바 모르게 만들었다.
많은 선수들이 지난해 시즌이 끝난 후부터 연말연시까지 결혼식을 올렸다.
이들 가운데 누가 .온달장군'으로 변신할지 지켜볼 일이다.

<김홍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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