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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진, 창고에 쌓인 정수기를 렌털로 전환해 5년 만에 매출 10배로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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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는 새로운 스타를 낳기 마련이다. 국내에선 외환위기 때 웅진·쿠쿠홈시스 등이 역발상 전략으로 기사회생했다. 해외에서도 위기가 닥칠 때마다 새로운 사업전략을 편 기업들이 도약하곤 했다. 세계 1위 휴대전화 업체 노키아, 복사기·프린터의 최강자 캐논, 신개념 MP3 플레이어 ‘아이팟’의 주역 애플 등이다. 이들 국내외 기업의 성공 스토리는 이번 위기를 극복할 실마리를 제공할 수 있다.

“창고에서 먼지만 뒤집어쓰고 있던 정수기를 바라보자 회사가 부도로 몰릴 수 있다는 공포감이 엄습했다. 고민 끝에 ‘그러면 차라리 나눠 주자’는 생각을 하게 됐다.”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은 1998년 외환위기 당시 정수기 판매 부진 타개책으로 렌털 사업에 뛰어들었다. ‘코디’로 불리는 주부사원을 대거 고용해 월 3만원을 받고 정수기를 빌려준 것. 국내에서 처음 선보인 가전제품 렌털 서비스로 웅진은 기적같이 회생한다. 98년 894억원이었던 매출이 불과 5년 만에 8350억원으로 불어났다.

경남 양산의 전기밥솥 제조업체 쿠쿠홈시스(옛 성광전자)도 비슷한 사례다.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20여 년간 사업해 오던 이 회사는 98년 대기업의 OEM 중단 통보로 공장 가동률이 50% 아래로 떨어지는 위기에 직면한다. 그러자 구자신 회장은 ‘쿠쿠’라는 독자 브랜드를 내놓고 연 50억원을 쏟아 부으면서 대대적으로 광고·마케팅을 했다. 국내 대기업과 세계 유수 기업에 납품할 정도로 제품력에는 자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쿠쿠는 불과 3년 만에 국내 밥솥 시장에서 40%대의 시장점유율을 올리는 돌풍을 일으켰다.

서울 금천구 패션단지길에 있는 마리오쇼핑몰은 외환위기를 딛고 제조업에서 패션 유통업체로 거듭난 사례. 홍성열 회장은 10여 년 전 ‘까르뜨니트’라는 니트업체를 운영했다. 하지만 외환위기가 닥치자 구로공단 일대에 저가로 나온 공장 부지를 매입해 패션 아웃렛 사업에 뛰어들었다. 현재 마리오는 3개의 쇼핑몰 건물에서 연간 2000억원대 매출을 올리는 중견 유통업체로 성장했다.

해외 역발상 비즈니스의 성공 사례는 애플이 대표적이다. 개인용컴퓨터(PC)의 원조인 이 회사는 2000년대 초 정보기술(IT) 버블 붕괴로 위기를 맞는다. 아이맥·파워맥 등 주력 제품의 판매가 급감했던 것. 애플은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MP3 플레이어를 선택했다. 애플은 단순한 하드웨어 차별화만으론 한계가 있다고 보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창출에 주력했다. 경기침체기에 소비 심리를 자극하기 위해선 감성에 바탕을 둔 새로운 가치 창출이 필요하다고 봤다. 이렇게 해서 탄생한 것이 ‘아이팟’을 중심으로 콘텐트 서비스까지 포함하는 MP3 플레이어의 새 비즈니스 모델이다.

세계 휴대전화 업계의 지존인 노키아가 오늘의 지위를 갖게 된 것도 위기가 계기였다. 1865년 제지업체로 출발한 이 회사는 90년대 초 세계 경제가 침체에 빠지면서 경영 위기에 직면했다. 결국 노키아는 제지·PC 등 기존 사업을 대부분 매각하는 대신 당시 부상하던 이동통신 사업에 집중하는 구조 개편에 나섰다. 유럽 휴대전화 2위 업체를 인수하면서 글로벌화를 추진하는 한편 디지털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혁신적 제품 개발에 아낌없이 투자했다. 이를 통해 노키아는 98년 세계 휴대전화 시장의 23%를 점유하면서 1위 기업으로 떠올랐다. 노키아의 시장점유율은 2000년대 들어선 40%를 넘나들고 있다.

캐논 역시 일본의 경제침체기를 겪으면서 체질을 강화한 경우다. 90년대 들어 캐논은 재무 상황이 급속히 나빠지기 시작했다. 불황을 타개하기 위해 캐논은 ‘선택과 집중’을 모토로 내걸었다. 핵심 기술을 갖고 있는 복사기·프린터 등을 중심으로 사업을 재편하고, 핵심 역량과 관련 없는 사업들은 철수하거나 매각했다. 또 경기침체기 소비자 수요를 촉진할 수 있는 신사업을 적극 발굴해 시장을 선점해 나갔다. 시장 선점 후엔 기술 차별화로 진입 장벽을 높였다. 이를 통해 캐논은 90년대 중반 이후 고속 성장할 수 있었고 수익성도 크게 개선됐다.

이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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