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고유가' 일시적 현상 아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6면

국제 유가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런 추세가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고유가 시대'가 현실로 다가온 것이다. 유가 상승은 개인의 소비부터 산업활동, 성장 등 경제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친다. 기름 한방울 안 나면서 수출에 의존하는 한국 경제는 충격이 특히 심하다. 중국 쇼크와 동시에 닥친 고유가의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한 비상한 각오와 대책이 시급하다.

우리의 에너지 정책은 안정적 원유 공급과 낮은 가격을 전제로 짜여 있다. 정부의 유가 대책도 일시적 가격상승에 대한 임시방편적 성격이 강하다. 그러나 국제 원유가는 배럴당 40달러를 넘었고 이 이상의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원유수급과 이용, 가격체계와 세제 등 에너지 정책 전반이 고유가 시대에 맞게 전면 재조정돼야 한다.

한국은 에너지 과소비국가로 정평이 나 있다. 석유가 생산되지 않는 나라에서 유일한 대책은 소비를 절약하는 것이다. 생산시설의 에너지 효율성을 높이고, 24시간 찜질방 등 생활주변 곳곳에서 불필요하게 소비되는 에너지에 대해서도 미리 대책이 나와야 한다.

유가가 배럴당 연평균 5달러 오르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성장률은 0.3%포인트 낮아지고 물가는 0.5%포인트 오르며 무역수지는 55억달러 악화되는 것으로 분석돼 있다. 현 추세라면 우리의 경기 회복은 차질이 불가피하며 서민은 더욱 고통받게 된다. 정부는 막연한 낙관론을 버리고 대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 그렇다고 산업을 위축시켜서는 안 된다. 써야 할 곳은 쓰되 아낄 곳은 아껴야 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대책은 정교해야 한다. 이번 고유가 행진이 일시로 끝날 일이 아니므로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대책도 병행돼야 한다.

정부는 지금까지 수없는 대책을 내놓았지만 잠시 반짝 하다가 값이 내리면 금세 사라지곤 했다. 원자력의 이용 등 장기적으로 가능한 방법은 모두 찾아 국민의 이해를 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