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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스타일 달라도 눈빛으로 통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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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맘마미아’의 히로인,박해미(40)와 전수경(38)이 다시 뭉쳤다.오는 29일∼8월15일 서울 정동 팝콘하우스에서 공연하는 뮤지컬‘42번가’에 나란히 출연한다.‘넌센스 잼버리’‘맘마미아’에 이어 연속 세번째 같은 작품에 출연한다.둘은 “이젠 눈빛만 봐도 서로를 읽는다”고 말한다.

서울 명동의 '42번가' 연습실에서 박해미를 만난 후배들은 깜짝 놀란다. "무대에서 토해내던 카리스마가 안보여요" "대사도 종종 틀리고."

아는 사람은 안다. 그게 '박해미'다. 그는 스스로 "막판 벼락치기 스타일"이라고 말한다. 연습 때도 제일 늦게 대사를 외운다. 그래도 무대에만 오르면 '심장'까지 끄집어내며 객석을 휘어잡는다.

"비밀 하나 얘기할까요?." 지난달 24일 막을 내린 뮤지컬 '맘마미아' 얘기였다. 미혼모인 도나가 딸 소피를 향해 부르는 노래 중 "너의 아빠도~"를 그만 "너의 오빠도~"라고 불러 버렸다. 동료 배우들의 실소가 터졌다. 끝내 관객들도 눈치를 챘고, 기립박수는 사라졌다. 총 114회의 공연 중 커튼콜에서 관객이 기립하지 않은 공연은 이날 하루 뿐이었다.

옆에 있던 전수경은 "'전과'가 한두번이 아니다"라고 꼬집었다.'넌센스 잼버리' 에서였다. 박해미는 무대 벽에다 미처 못외운 가사를 써놓았다. 막상 공연 때는 강한 조명 때문에 글씨가 안보였다. 그는 대담했다. 오히려 더 절실한 감정으로 '사랑해'란 가사만 계속 반복하며 노래를 마쳤다. 눈치를 못 챈 관객들은 오히려 그 절절함에 박수를 보냈다. 그 때부터 '습작 소녀'란 별명이 따라 다녔다.

'배짱'이 없다면 엄두도 못낼 일이다. 박해미는 "둘 다 내 성격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에피소드"라고 말했다. 그의 스타일은 '모 아니면 도'다. 공연도 그렇고, 실제 삶도 그렇다.

박해미는 "'맘마미아'에 나오는 22곡 가운데 '더 위너 테익스 잇 올(The winner takes it all)'이 가장 좋다"고 했다. 자신을 토해내고 폭발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모든 관객의 심장을 내가 움켜쥐는 순간의 희열감이 배우로선 존재의 이유죠."

전수경의 별명을 물었다. 옆에 있던 박해미는 "뭐긴 뭐야,'전잘나'지"라며 끼어들었다. "왜냐구? 잘난 체 하니까." 박해미는 웃음을 터뜨렸다. 전수경은 자타가 공인하는 '완벽주의자'다. "배역을 맡으면 연습부터 무대에 오르기까지 완벽해야 돼요. 파고드는 스타일이죠. 그래야 직성이 풀리거든요." 그러다보니 후배들에겐 '매서운 선배'로 통한다. 조금만 삐끗해도 화살같은 지적이 날아온다. 박해미는 "내가 반항아 스타일이라면, 수경이는 딱 선도부장 스타일"이라고 말했다.

한양대 연극영화과 86학번인 전수경은 '88년 대학가요제'출신이다.'무한궤도'가 대상을 차지할 때 그는 '말해'란 노래로 동상을 받았다. 잠시나마 가수를 꿈꾸었다."방송에도 여러번 나갔어요. 그런데 연기를 포기할 순 없더라고요."

결국 뮤지컬을 택했다. "어려서부터 '사운드 오브 뮤직''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등 노래를 죄다 외웠거든요." 초기에는 무척 힘들었다. "당시만해도 연기가 안되고, 노래도 못하니까 뮤지컬 배우를 한다는 시선이 지배적이었죠." 격세지감이다. 이젠 노래.연기.춤 어느 하나만 빠져도 뮤지컬 배우가 되기 힘든 세상이다.

그는 두살난 딸 쌍둥이의 엄마이기도 하다. 뮤지컬'와이키키 브라더스'에 출연한 배우 주원성이 남편이다. "공연이 없는 사람이 아이들을 돌봐요. 요즘은 주로 남편 몫이죠." 뮤지컬 배우가 '수퍼우먼'이 되긴 어렵다.

전수경은 "아름다운 모습으로만 기억되는 배우는 싫다"며 "나이가 드는만큼 자연스럽게 늙어가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박해미는 "나는 싫어요. 50세가 돼도 섹시한 여배우 있잖아요. 난 그게 좋아요"라고 말했다. 02-766-8551.

글=백성호 기자, 사진=김경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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