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석有感>중국 成都극단 '손오공 대모험'을 보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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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인형이 사랑받는 것은 허구성과 그로 인해 보장되는 자유로운 상상의 세계에 있다.물론 인형을 통해 이야기를 엮어나갈 때는 많은 표현의 제약이 따른다.이러한 제약을 뛰어넘어 중국적 산수배경속에 상상의 세계를 아름답게 펼쳐주는 인형극 이 있다.중국쓰촨성 성도 국립인형극단의.손오공 대모험'(19일까지 리틀엔젤스 예술회관)이 바로 그것이다.누구나 알고 있는 이야기를 속되거나 조잡하지 않고 기품과 재치를 아우른 무대예술로 승화시켰다. 손오공이 삼장법사를 모시고 천축으로 불경을 구하러 가던중 화염산을 지나가기 위해 파초선이라는 마법의 부채를 빌려오는 대목인데 제목으로 보나,내용으로 보나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인형극이겠거니 넘기기 십상이다.그러나 뜻밖에도 흔히 보아오던 소규모 인형극과는 스케일과 수준이 다르다.우선 사람 키과 맞먹는150㎝의 인형들은 대형무대극에 손색이 없다.게다가 인형들의 표현이 얼마나 섬세하고 기민한지 관객들 모두 처음에는 인형인지,진짜 사람인지 의아해할 정도다.이 인형을 움직기 위해서는 조종자가 보통 3년의 전통극 신체훈련과 다시 3년간의 인형 놀리는 훈련을 쌓아야 한다니 인형과 조종자가 하나된 연기임을 알 만하다. 이 인형극을 더욱 두드러지게 하는 것은 무대미술이다.
막이 오르면 우선 확 트인 공간이 시원스럽고 배경막에 펼쳐진 수려한 산수는 동양적 미감과 함께 기품마저 느끼게 한다.원경과근경을 조화시키며 여섯차례나 배경이 바뀌는 과정은 어떤 공연보다 뛰어난 고도의 예술성을 확보하고 있다.다행스럽게도 우리말 더빙은 이런 과정을 이해시키는데 적당히 도움이 되고 있다.
전통극이 발달한 중국에서는 같은 레퍼토리라도 보고 또 본다.
그 줄거리를 알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표현하는가를 보고즐기기 때문이다.이 대목도 여러가지 볼거리가 가미된 재미있는 레퍼토리다.손오공의 변신과 재주넘기,용왕의 생일 잔치에서의 장삼춤,거북춤과 조개춤,손오공과 우마왕의 일전에서 호랑이와 용과황소와 거인으로 이어지는 변신과 격투등이 절묘하게 어우러져 절정으로 이끈다.속도감과 난폭함 외에 모든 서정이 배제된 TV만화속의 격투와는 다르다.
TV와 전자오락에 익숙한 어린이들에게 정감과 상상의 여지가 살아있는 인형극이 필요한 것은 바로 이런 까닭이다.손오공 이야기가 재미있을 뿐만 아니라 아름다울 수 있음을 보여주는 무대.
우리의 관객들에게 예술성과 재미를 고루 갖춘 인형 극을 볼 권리를 되찾아주는 무대여서 더욱 소중하다.
오수경<한양대 중문과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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